''마이크로프로세서 전업시대는 끝났다.이젠 통신인프라 시대다''

인텔이 통신인프라 업체로 탈바꿈하기 위한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한마디로 시스코시스템스 모방전략이다.

인텔의 새 목표는 세계 톱 ''인터넷 인프라 공급업체''가 되는 것.

이를 위해 네트워킹칩,통신장비,웹호스팅 및 서비스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텔의 CEO 크레이그 배렛은 "앞으로 10년간 인터넷 및 네트워킹 매출을 매년 50%씩 늘려 기업전체 매출증가율을 20%로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통신 및 네트워킹관련 기업을 쇼핑하는 데 수십억달러를 써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만도 인텔이 인수한 기업은 12개사로 6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반도체공장 6개를 지을 만한 돈이다.

올들어 발표한 인수건만도 무려 10건으로 24억달러 규모다.

인텔의 궤도수정은 ''신경제''라는 시장논리가 빚어낸 결과다.

전통적인 컴퓨터시장은 둔화되는 반면 인터넷네트워킹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 여파로 지난 10여년간 매년 30~40%씩 성장하던 인텔의 매출증가율도 지난해에는 15%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인텔의 신전략이 지난 85년 메모리시장 철수 이후 최대의 궤도수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그룹의 애널리스트 마틴 레이놀즈는 "인텔은 네트워킹 및 인터넷 인프라스트럭처 사업에 사운(社運)을 걸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실패하면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생산이라는 덫에 영원히 갇히게 될 것"이란 게 그의 진단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인텔이 머지않아 통신 및 네트워크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

가트너그룹은 오는 2004년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시장규모가 8조달러에 이를 때쯤이면 인텔은 매년 5백억~1천억달러의 추가 매출을 낚아올릴 것이라고 추산한다.

그러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경쟁력 기반으로 하던 인텔이 통신 및 서버업체로 변신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메릴린치 애널리스트 조 오샤)이란 신중론도 나돌고 있다.

인텔의 최대자산은 미래지향적 ''혁신능력''이다.

돈줄이던 메모리사업을 과감히 접고 미래성장성이 높은 비메모리사업으로 옮겨갔던 85년의 결단이 대표적인 예다.

그 혁신능력을 21세기에도 다시한번 증명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