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한가지만 잘 하면 된다?..문형구 <고려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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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학문영역에서의 우월함이 세속적 성공의 지름길이었다.
유교의 가르침이 우리 의식을 지배해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세상일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여겨졌다.
산업화 진행에 따라 경제적 부를 쌓은 사람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게 되기는 했으나 한국 사회는 본질적으로 공부 잘 하는 사람 중심의 사회였다고 볼 수 있다.
공부를 잘한 사람이라야 대우를 받지,다른 분야에서 나름대로 일가를 이룬 사람은 아무리 뛰어난 업적을 남기더라도 인정 받지 못한 것이 한국의 실정이었다.
이른 바 일류 학교를 나오거나 아니면 고시를 통해 실력을 검증 받은 사람들은 우대 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특히 좋은 학교를 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평생 그 점이 멍에가 돼 살아야 하는,패자부활전이 거의 불가능한 사회였다.
''좋은 학교 가기''라는 경쟁에서 승리한 자만이 대우를 받는 승자(勝者)중심의 사회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어느 날 갑자기 다가왔던 경제위기와 위기의 극복(적어도 겉으로 보기엔),그리고 성큼 다가온 디지털 시대는 한국사회를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놓고 있다.
유행가 가사처럼 지금까지 우리가 애써 이룩해 놓은 모든 것들이 매일 매일 ''바꿔''지고 있는 것이다.
여러 변화 중에서 학력중시라는 가치관이 변화하기 시작하고 있음에 주목하자.
''현대는 전문가 우대시대''란 구호에 맞춰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낸 이들에게 갈채가 쏟아지고 있다.
그들이 미래사회의 신지식인이며 바람직한 인간형이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대단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면서 사회구성원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러 사회적 공헌에도 불구하고 ''한가지만 똑부러지게 잘 하면 된다''라는 주장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이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신지식인의 선정 및 널리 알림은 이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일에는 귀하고 천함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심하게 살피면 이 주장의 뒤에 숨어있는 또 다른 승자중심의 이데올로기를 볼 수 있다.
''꼴찌에게 갈채''를 보냄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나누고 함께 어울리는 평등한 삶이 아니라,어떤 분야든 성공한 사람만이 인정을 받는 삶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한국사회가 학력에서 승리한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였던 사회라면,현재의 우리 사회는 단지 승자가 결정되는 해당분야의 수가 늘어난 것일 뿐,예나 다름없이 승자중심의 가치관이 지배적이다.
둘째,신지식인을 적극 홍보하는 정부나,한가지만 잘하면 된다는 주장을 널리 알리는 지식인들은 그들의 주장이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H.O.T로 대표되는 춤과 노래의 ''신지식인''이 되기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오로지 춤과 노래를 갈고 닦으려 길거리에서, DDR오락실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춤만 추고 있는 현실을 보라.
한 작가의 말처럼 ''에스프리(esprit)가 없는 테크니션(technician)의 비극''을 이제 한국사회의 여러 곳에서 보게 됐다.
과연 한국 사회가 바라는 인간형은 무엇인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 지식과 균형감각을 갖추고 나서 자신의 영역을 쌓아가는 인간형이 아닐까.
''한가지만''이라는 이데올로기에 현혹돼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가지에만 몰두하다 그 한가지 분야에서도 성공하지 못하고 기본적인 균형의식도 확립하지 못한 ''실패자''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경쟁만이,그리고 승자만이 인정받는 사회가 아니라 경쟁과 함께 어울림이 손을 맞잡고 나가는 사회다.
hkmoon@mail.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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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약력=△서울대 영문과 △미국 미네소타대 경영학박사 △한국국방정책학회 부회장 △고려대 경영신문사 주간
유교의 가르침이 우리 의식을 지배해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세상일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여겨졌다.
산업화 진행에 따라 경제적 부를 쌓은 사람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게 되기는 했으나 한국 사회는 본질적으로 공부 잘 하는 사람 중심의 사회였다고 볼 수 있다.
공부를 잘한 사람이라야 대우를 받지,다른 분야에서 나름대로 일가를 이룬 사람은 아무리 뛰어난 업적을 남기더라도 인정 받지 못한 것이 한국의 실정이었다.
이른 바 일류 학교를 나오거나 아니면 고시를 통해 실력을 검증 받은 사람들은 우대 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특히 좋은 학교를 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평생 그 점이 멍에가 돼 살아야 하는,패자부활전이 거의 불가능한 사회였다.
''좋은 학교 가기''라는 경쟁에서 승리한 자만이 대우를 받는 승자(勝者)중심의 사회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어느 날 갑자기 다가왔던 경제위기와 위기의 극복(적어도 겉으로 보기엔),그리고 성큼 다가온 디지털 시대는 한국사회를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놓고 있다.
유행가 가사처럼 지금까지 우리가 애써 이룩해 놓은 모든 것들이 매일 매일 ''바꿔''지고 있는 것이다.
여러 변화 중에서 학력중시라는 가치관이 변화하기 시작하고 있음에 주목하자.
''현대는 전문가 우대시대''란 구호에 맞춰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낸 이들에게 갈채가 쏟아지고 있다.
그들이 미래사회의 신지식인이며 바람직한 인간형이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대단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면서 사회구성원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러 사회적 공헌에도 불구하고 ''한가지만 똑부러지게 잘 하면 된다''라는 주장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이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신지식인의 선정 및 널리 알림은 이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일에는 귀하고 천함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심하게 살피면 이 주장의 뒤에 숨어있는 또 다른 승자중심의 이데올로기를 볼 수 있다.
''꼴찌에게 갈채''를 보냄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나누고 함께 어울리는 평등한 삶이 아니라,어떤 분야든 성공한 사람만이 인정을 받는 삶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한국사회가 학력에서 승리한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였던 사회라면,현재의 우리 사회는 단지 승자가 결정되는 해당분야의 수가 늘어난 것일 뿐,예나 다름없이 승자중심의 가치관이 지배적이다.
둘째,신지식인을 적극 홍보하는 정부나,한가지만 잘하면 된다는 주장을 널리 알리는 지식인들은 그들의 주장이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H.O.T로 대표되는 춤과 노래의 ''신지식인''이 되기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오로지 춤과 노래를 갈고 닦으려 길거리에서, DDR오락실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춤만 추고 있는 현실을 보라.
한 작가의 말처럼 ''에스프리(esprit)가 없는 테크니션(technician)의 비극''을 이제 한국사회의 여러 곳에서 보게 됐다.
과연 한국 사회가 바라는 인간형은 무엇인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 지식과 균형감각을 갖추고 나서 자신의 영역을 쌓아가는 인간형이 아닐까.
''한가지만''이라는 이데올로기에 현혹돼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가지에만 몰두하다 그 한가지 분야에서도 성공하지 못하고 기본적인 균형의식도 확립하지 못한 ''실패자''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경쟁만이,그리고 승자만이 인정받는 사회가 아니라 경쟁과 함께 어울림이 손을 맞잡고 나가는 사회다.
hkmoon@mail.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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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약력=△서울대 영문과 △미국 미네소타대 경영학박사 △한국국방정책학회 부회장 △고려대 경영신문사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