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지난 1일 개회됐지만 파행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여당은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일하는 국회"라며 한나라당의 무조건 등원을 촉구하고 있고,야당은 "현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심각하다"며 장외투쟁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야의 이같은 대립은 여야의 현시국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한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여야는 기본적으로 정국파행의 모든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몇달동안 계속되는 ''네탓싸움'' 속에 양보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예술''은 실종된지 오래다.

추석연휴 후에는 추석민심을 아전인수격으로 들먹이며 자신들의 주장을 펴기에 급급하다.

민주당 김옥두 사무총장은 "한나라당의 강경투쟁으로 산불과 구제역 피해보상과 저소득층 생계지원 등 시급한 민생지원 사업비가 담긴 추경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제2의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기배 사무총장은 "시중엔 정부의 즉흥적이고 일방적인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이 많더라"고 했고 권철현 대변인과 장광근 수석부대변인은 일제히 성명과 논평을 내고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전 평화협정 체결'' 발언이나 임동원 국정원장의 김용순 노동당 비서 제주동행 등을 강력히 성토했다.

대화는 더이상 필요없다는 식이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은 막가파식 대립의 명분으로 여야가 모두 내세운 ''추석민심''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천양지차인 여야의 주장을 들어보면 마치 여야가 각기 다른 나라를 다녀온 느낌을 준다.

단적인 예로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여당측은 "지지여론이 크게 확산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측은 "너무 일방적이라는 비난여론이 높다"고 강변한다.

정반대의 주장을 하면서 그 이유를 민심에서 찾고있다면 상식적으로 여야중 한쪽은 분명 민심에 반하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민심마저도 정략적으로 왜곡하는 우리 정치권을 보면서 국민들은 "이제 지긋지긋한 싸움질은 그만하라"고 외치고 있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