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동차 회사가 부진한 판매고를 만회하기 위해 구입고객들에게 가죽시트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안을 채택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대부분의 회사는 단기간에 판매증대 효과를 보게 된다.

영업맨들이 이런 기회는 다시 없다며 고객붙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안돼 이 회사가 가죽시트외에 무이자 할부혜택도 부여한다고 공표했다면 세일즈맨들의 표정은 어떻게 변할까.

또 가죽시트만 달랑 받고 차를 구입했던 고객들의 심정은 어떻게 바뀔까.

요즘 투신사 영업점 직원들 마음이 이와 비슷하다.

신상품에 부가된 혜택들을 열거하며 힘겹게 자금을 끌어 들이고 나면 곧바로 이보다 훨씬 강력한 상품이 등장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감독당국은 ''공모주 우선 배정권''이라는 신선한 무기를 장착한 ''하이일드 펀드''라는 상품을 인가했다.

기존 투신상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던 자금들이 물밀듯 몰려 들었다.

하지만 증가세가 주춤해지자 곧바로 올 2월 공모주 배정비율을 두배로 높인 ''CBO(후순위채) 펀드''가 나왔다.

그래도 여기까진 참을만 했다.

하지만 곧 이어 좀 더 새로워진 뉴하이일드 펀드가 나왔고 세금을 전혀 물지 않는 비과세 펀드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비과세와 공모주혜택을 모두 버무린 ''슈퍼''비과세 펀드도 고개를 내밀었다.

투신사의 한 일선 영업점 지점장은 "바로 엊그제까지 비과세펀드의 가입을 권유했는데 이보다 수익률이 높은 신상품이 다시 등장했다"며 "고객들에게 뭐라고 해명해야 할 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간접투자상품이란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젠 고객들이 무슨 말을 해도 믿으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모주 혜택만 해도 그렇다.

갖가지 신상품이 모두 공모주 우선 배정권을 보유함에 따라 이젠 효과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신사 관계자들은 "단기 처방에 급급한 정부정책이 업계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울상이다.

안재석 증권1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