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검거된 아르헨티나 "고문기술자"와 함께 차량등록사업을 추진하던 멕시코 상공부 차관이 결백을 주장하는 유서를 남긴 채 자살,충격을 주고 있다.

라울 라모스 테르세로(46) 상공차관이 멕시코시티의 한 외곽도로에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흉기로 자살한 채 변사체로 발견된 것은 지난 7일 새벽.

아르헨티나 해군장교 출신의 "고문기술자" 리카르도 카발로의 검거를 계기로 그와 함께 추진했던 차량등록사업이 "의혹과 비리 덩어리"로 비쳐지면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자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테르세로차관은 가족과 에르미니오 블랑코 상공장관 등에게 남긴 6장의 유서를통해 "더 이상 변명할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다"며 "어느 일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차량등록사업을 추진했으나 나에게 돌아온 것은 의혹의 눈초리 뿐이었다"고 결백을 호소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박사 출신인 그가 추진했던 일명 "레나베"라는 이름의 차량등록사업은 멕시코 전역에서 하루평균 437대꼴로 도난당하는 차량에 대한 도난방지사업으로 시행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차량등록비중 일정액을 멕시코 정부에 넘긴다는 조건으로 중고차량 판매업자로 변신한 카발로에게 사업권을 양도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일부 주지사들은 사업계획이 공개된 직후부터 차량등록비가 지나치게 비쌀 뿐만 아니라 도난방지 목적의 차량등록사업권을 민간업자에게 내준 배경을 놓고 연방정부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했다.

업자 선정과정의 의혹과 등록비 과다책정을 놓고 시비가 오가던 중 차량등록협회 회장을 맡고 있던 카발로가 지난달 24일 멕시코 사법당국에 체포되면서 일이 더한층 복잡하게 꼬였다.

이 사건을 맨처음 보도한 멕시코의 유력일간지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고문기술자가 중고차 판매업자로의 변신을 거쳐 멕시코 차량등록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기까지 과정은 의혹 투성이"라면서 그에게 사업권을 내준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카발로 검거직후 군정시절 납치,고문,살해 혐의 등으로 신병인도를 요청한 스페인 사법당국과 주권원칙을 앞세운 아르헨티나 정부간의 마찰이 불거지면서 차량등록사업을 둘러싼 의혹도 더한층 부각됐다.

카발로의 전력에 전혀 무지했던 테르세로차관은 가뜩이나 오해를 받는 사업에 고문기술자까지 동참시켰다는 비난에 직면,자살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유서에서 "실수가 있었다면 "프로의식과 투명성" 그 자체였던 사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확인하는 절차가 부족했던 것"이라며 "더이상 항변할 기력조차 없어 죽음의 길을 선택하지만 국민들이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엔 밀레니엄총회에 참석중인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은 그가 "공복으로서의 사명감에 불탔던 정직한 인물"이라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