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모임 사이트(www.antjuju.com)를 운영하는 심윤희(35)씨.

요즘 전화와 전자메일의 홍수속에 산다.

대우 계열사의 엉터리 재무제표를 믿고 주식에 투자했다 손해를 본 ''개미군단''의 거센 질문공세 때문이다.

어떤 이는 하소연하기도 하고 "이렇게 하자"고 제안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심씨는 개미군단의 의견을 모아 변호사의 자문을 받을 계획이다.

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대표 소송자도 선정할 예정이다.

소액주주모임의 소송 움직임은 매우 치밀하다.

이들이 지난 4월 제기한 대우전자의 주총무효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을 정도다.

당시 자문을 맡은 김주영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는 대우 계열사 분식회계와 부실감사로 인한 소액주주들의 손해배상소송도 맡겠다며 승소를 자신했다.

그는 "각종 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뒤 소액주주를 상대로 설명회를 갖고 위임을 받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배상소송이 가능한 주주의 범위와 청구금액 등에 대해 김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 결과 분식회계와 부실감사가 입증된 대우 계열사 소액주주가 원고가 될 수 있다.97,98년 엉터리 감사보고서가 나온 뒤,그리고 지난해 8월26월 대우 계열사 워크아웃 발표이전에 주식을 산 소액주주는 소송이 가능하다"

그는 워크아웃 발표 후 주가가 하락할 때 주식을 처분,손해를 본 주주들은 ''취득가액-처분가액''만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주식을 갖고 있는 소액주주도 소송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취득가액-변론종결시 종가''만큼 손해배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액주주가 실제로 감사보고서를 보지 않고 주식을 샀다 하더라도 승산이 있다고 한다.

''상장기업분석''책자에 분식회계를 지적하지 못한 요약 재무제표가 실려 있으므로 모든 사람이 대우의 재무상태를 양호한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과 증권거래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이므로 소송가능기간은 3년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김 변호사의 변론준비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회계법인은 유한회사이므로 무한책임을 지울 수 없다.그러나 회계법인의 임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밝혀지면 임원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재산을 빼돌리는 행위를 무효화할 수 있는 사행위 취소소송을 걸고 형사상 강제집행면탈죄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도 강구중"이라는 것이다.

김 변호사외에 개별적으로 손해배상을 준비하는 경우도 상당수 이른다.

지난해 9월 기아자동차를 부실감사한 청운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던 참여연대는 이번 대우계열사 부실감사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태세다.

일부 거액투자자들은 손해액이 큰 만큼 별 건의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5일 증권선물위원회가 회계법인과 공인회계사에 대한 징계결정을 내리면 ''회계법인 소송괴담''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소액주주 뿐 아니라 채권단도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채권단으로서는 워크아웃을 완벽하게 마무리짓는 게 급선무다.

대우 채권단 관계자는 "증선위의 공식발표로 회계법인의 책임이 명확해 지면 채권단이 공동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권단은 개별적으로 소송하지 않고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우채 때문에 손실을 많이 본 일부 은행에서는 자체적으로 법무법인의 자문을 구하고 있다.

일부 해외채권단도 재무제표를 믿고 빌려 준 돈을 모두 확보하기 위해 소송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조9천억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대우 계열사 분식회계와 부실감사로 국내 회계법인은 ''소송대란''에 휩싸일 위기에 놓였다.

회계법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은 감사보고서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분식회계를 고의로 눈감아 준 회계법인을 처벌해야 한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회계법인을 둘러싼 지금까지의 부조리한 환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어느날 갑자기 무더기 소송으로 회계법인들을 한꺼번에 도산시키는 것이 현명한 해결책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 회계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