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구의 브리프케이스 안에는 여권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다른 것은 당장 필요없다 하더라도 여권만은 출국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 몹시 긴장했던 사실이 5년이 흐른 지금에도 그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기체로 연결된 복도를 지나 공항건물 안으로 들어갔을 때에야 리무진에서 내린 사람 중 자신이 마지막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자신의 브리프케이스와 꼭 같은 감색 브리프케이스를 가진 승객이 자신보다 먼저 실제로 자신의 브리프케이스를 가지고 리무진에서 내렸다는 결론이 나왔다.
진성구는 공항 내 통로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브리프케이스를 열고 내용물을 보았다.
한쪽에 명함 박스가 있었다.
명함에는 그 브리프케이스 임자의 이름과 직책과 직장번호가 있었다.
그 사람의 이름은 마이크 무어로 휴스턴 오일 회사의 수석 부사장 직책이었다.
진성구는 그가 어떤 행동을 취했을지 추리하기 시작했다.
마이크 무어라는 자가 다른 브리프케이스를 가지고 내린 것을 지금쯤은 알았을 것이고,자신의 브리프케이스 안에 있는 명함을 보고 그 브리프케이스의 임자가 자신의 연락처로 전화를 할 것이라고 당연히 추측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자는 자기 명함에 찍힌 사무실로 연락을 취해 브리프케이스의 임자와 연결되기를 지금쯤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진성구는 공중전화를 찾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공중전화 부스에 사람이 있어서 그는 지하층으로 층계를 뛰어내려갔다.
지하층 한쪽 구석에 빈 공중전화 부스가 눈에 띄었다.
공중전화 부스 안으로 들어간 그는 문을 닫고,교환원에게 전화를 걸어 수신자부담으로 명함에 찍힌 전화로 통화하기를 요청했다.
예상했던대로 무어씨는 자신의 여비서와 통화한 상태였고 서로의 브리프케이스를 교환할 방법을 주선하라고 지시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무어씨는 그의 행선지인 캐나다의 토론토로 향하는 기내에서 자신이 다른 사람의 브리프케이스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었다.
진성구가 자신의 여권이 든 브리프케이스를 받으려면 무어씨가 토론토에 도착 후 그가 원하는 곳에 부칠 수밖에 없었다.
먼저 무어씨의 여비서가 알려준대로 무어씨의 브리프케이스를 토론토로 가는 비행기편에 부치기로 했다.
토론토로 향하는 비행기의 출발 시간이 촉박하여 무어씨의 브리프케이스를 부친 후 진성구는 비서와 다시 통화하기로 했다.
진성구는 공중전화 부스를 나와 카운터로 뛰어갔다.
그곳에서 브리프케이스를 부치도록 조치한 후 다시 지하층으로 내려와 같은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 여비서와 다시 통화를 시작했다.
무어씨의 브리프케이스를 전하는 조치는 취했지만 진성구가 무어씨로부터 토론토에서 빠른 시간 내에 브리프케이스를 받는 방법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어씨가 탄 비행기가 서너 시간 후에나 토론토에 도착할 예정이고 그날 그 시간 후에 토론토발 LA행 비행기는 없었다.
중간 지점에서 브리프케이스를 전해 받는 방법밖에 없었다.
무어씨의 여비서와 계속 통화하면서,동시에 그녀는 비행기 회사와 계속 통화하면서 가장 빠른 시간에 접선이 되는 방법을 강구했다.
결과는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시 공항에서 브리프케이스를 전해 받는 방법으로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