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빌딩요? 그것 건물주만 배불리는 것 아닙니까.기본 시설도 갖추지 않은 무늬만 벤처빌딩이 수두룩합니다.이 빌딩도 마찬가집니다.오죽하면 직원들이 ''공무원 빌딩''이라고 부르겠습니까"

셋톱박스를 생산하는 G사의 K사장은 ''벤처빌딩''이란 말만 나오면 울화통이 치민다.

G사는 최근 서울 정릉동에서 벤처의 본거지라는 삼성동으로 옮겨 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이삿날부터 낭패를 겪어야 했다.

공무원의 퇴근시간인 저녁 6시만 되면 냉방 시스템이 꺼져 ''찜통''더위와 싸워야 했기 때문. 이 ''벤처빌딩''은 층별 냉방이 안 된다.

사무실용 에어컨을 구입했지만 무용지물.전력용량이 적어 에어컨을 가동했다간 과부하로 전기가 끊어진다.

지은 지 오래된 건물이 많은 지역은 유명부실한 ''벤처빌딩''이 30∼40%에 이른다고 벤처기업들은 입을 모은다.

자양동 서초동 포이동 등이 대표적이다.

"임대료도 주변과 거의 비슷하다.주차도 문제가 많다.4∼5대만 세우면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전기선이 낡아 컴퓨터 및 전력 등이 자주 다운된다.중요한 작업을 하다가 다운이라도 되면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B사의 N상무)"

부실한 시설만 벤처기업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하는 벤처기업의 업무패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벤처빌딩도 부지기수.잠원동의 S빌딩은 밤 10시만 되면 출입통제를 한다.

야식반입도 불가능하다.

건물주가 "음식 냄새가 건물을 버린다"고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L사 직원들은 컵라면으로 허기를 때우는 일이 잦다.

"벤처기업 및 벤처지원 시설이 연면적의 75% 이상을 차지하면 벤처빌딩으로 지정된다.건물주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면제받고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도 50% 감면 받는다.하지만 입주자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거의 없다.중기청이 초고속통신망 설치 여부 등을 따져 벤처빌딩에 등급제를 매긴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벤처기업들은 정부의 무관심과 부실한 벤처빌딩 지정요건으로 골탕만 먹고 있다(W사의 K사장)"

김태철 벤처중기부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