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정.재계 간담회는 정부와 재계가 그동안 서로 하고 싶었던 얘기를 털어놓는 자리였다고 배석한 관계자들이 전했다.

재계는 규제개혁과 중소기업 자금난과 같은 불만사항을 주로 얘기했고, 정부는 구조조정 가속화와 신산업 육성이라는 정책방향을 설명했다.

서로에게 요구만 하는 자리였지만 새 경제팀이 시장친화적 개혁을 강조해온 탓인지 분위기는 좋았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사람씩 발언을 끝낼 때마다 건배를 하며 ''우의''를 과시하기도 했다.

간담회를 주재한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제 회복세를 지속시키고 지식정보강국을 앞당기기 위해 정부와 재계가 힘을 합치자"며 말문을 열었다.

진 장관은 "새 경제팀은 시장의 책임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며 "재계도 이에 맞게 국민과 시장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단체장들의 건의가 쏟아졌다.

김각중 전경련 회장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고무시켜 달라"면서 "정부는 정책을 만들 때 재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줬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철 무역협회장은 정부가 입법을 추진중인 2차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 달라"며 지배구조개선방안에 대한 재계의 부정적 입장을 대변했다.

김창성 경총회장은 "노사정위원회를 활성화시켜 노사간 협의가 이 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상희 중소기협중앙회장은 중소기업 자금난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박 회장은 "중소기업, 특히 중소제조업체들의 자금사정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면서 "이들이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게 정부가 도와달라"고 말했다.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은 "국민의 정부는 출범 이후 규제개혁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아직도 많은 규제가 남아 있다"면서 추가 개혁을 요구했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중소기업 자금난과 관련, "현재 관계부처가 모여 자금시장 안정대책을 만들고 있다"면서 "대기업들도 이에 맞춰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에 신경써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자금난은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며 "정부와 재계가 앞장서서 금융.기업구조조정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진 장관은 "기업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와 준조세는 정부도 개혁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재계가 구체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개혁과제들을 정리해 제출해 주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동규 재정경제부 공보관은 "오늘 나온 얘기를 토대로 각자가 한 달동안 연구를 해서 9월말에 보다 진전된 논의를 진행시키기로 했다"면서 "실무 차원에서는 앞으로 한달간 긴밀한 협의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