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경매사이트로 우주 역사상 가장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소매상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e베이에 지난해 4월 28일 다음과 같은 경매 사건이 올랐었다.

"주요 인터넷 서비스회사에 근무중인 16명 한팀. 단체 이직 원함. 팀장 1명 2억3천만원, 매니저 2명 2억원, 선임 엔지니어 2억1천만원, 행정사무요원 5명 1억7천만원 등. 가급적 이 이상 수준의 보수 요망. 포천 500대 기업 대상으로 다수의 수준급 윈도 및 유닉스 체제 웹 시스템 개발. 1년치 급여와 이적보너스, 연금, 스톡옵션 등 총액 기준으로 최저입찰가 36억원"

아무리 중고 자전거로부터 골프레슨에 이르기까지 거래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다 경매에 붙이는 e베이라지만 이는 실로 역사적 사건이었다.

미국의 경우 1999년말 현재 웹상에는 하루 평균 10만여 구인기업들과 250만여 구인자들이 최소한 2만8천5백개의 인력 알선소를 통해 서로 필요한 사람 또는 일자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이토록 과감하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단체로 자신의 두뇌력을 경매에 붙인 경우는 처음이었다.

물론 이 경매사건은 응찰자가 없어 무산됐고 따라서 이들이 누구인지, 지금 어떤 처지에 있는지 모든 것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다만 그 다음달 e베이의 창립 당시 직원 16명 가운데 한명인 존 킨셀라가 e베이를 탈퇴해 bid4geeks.com이란 회사를 창립해 바로 이 사람이 바로 그 수수께끼의 팀 리더가 아니었을까 추측케 한다.
(여기서 bid는 응찰한다는 뜻이고, 4는 영어의 for를 간략히 표현한 것이며, geeks는 괴짜라는 뜻임)

킨셀라는 자신의 이 사이트에 대해 "대다수 자기 몸값이 얼마나 되는지 전혀 감이 없는 하이테크 종사자들"에게 시가를 알려주는 값진 사이트라고 자평했다.

7월말 현재 이 사이트에는 4백50여개의 매물이 나와 있다.

대부분 웹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컴퓨터기술자 등이다.

이중 21개 매물은 앞서의 예처럼 단체들이다.

이같은 매물들 가운데 어느 만큼이 얼마에 응찰 또는 낙찰됐는지는 bid4geeks측이 밝히지 않고 있어 알 길이 없다.

이 회사는 다만 지난 7월말 현재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고만 밝히고 있다.

e베이에 기상천외한 경매 건이 오르고 bid4geeks가 다음달 설립돼 관련 사이트 구축작업을 한참 진행중이던 지난해 7월 온라인 인력알선 세계 최대 업체인 몽스터는 이같은 두뇌인력 전문경매 사이트 탤런트마켓(talentmarket.Monster.com)을 오픈해 선수를 쳤다.

몽스터는 이 사이트를 통해 설립 2개월만에 10만명의 고정 거래처를 확보하고 설립 4개월만에 모두 2만6천여건의 경매를 실시해 기염을 토했다.

경쟁이 얼마나 초고속으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점에서 bid4geeks의 성공 여부는 아직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역시 두뇌인력 경매 사이트의 원조로는 bid4geeks가 꼽힌다.

가장 먼저 아이디어를 냈고 거래 인력들의 기술 수준도 최상급이기 때문이다.

농경시대 때 지주가 쥐었던 인간사회 권력은 산업시대 초반에 자본주, 산업시대 후반에 전문경영인, 정보시대 초반에 펀드매니저로 이동했다가 이제 개개인에게로 이동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21세기는 지식과 두뇌력이 부 창출의 근원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bid4geeks는 이같은 미래 인간 삶의 천기누설자인가.

전문위원 shin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