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방북 이산가족을 태운 대한항공 특별기가 김포공항에 도착하면서 3박4일간의 ''서울~평양 드라마''는 1막을 내렸다.

배우도 울고 감독도 울고 관객도 눈시울을 붉힌 감격의 서사시였다.

각본도 없이 출연진만 정해진 채 진행됐지만 수많은 애절한 사연을 쏟아 냈다.

뒤엉켜 울고 얘기꽃을 피우고 어깨춤을 추었다.

관객들도 함께 어우러져 희로애락을 나누었다.

''이념보다 진한 피''를 확인시킨 역사적 드라마였다.

피붙이를 부여잡고 50년 생이별의 한을 쏟아내는 장면은 전파를 타고 전 세계에 방영돼 지구촌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한반도는 감동의 도가니''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다''는 게 일본 언론의 표현이었다.

''글로는 통곡의 현장을 설명하기 힘들었다''는 외신기사도 있었다.

이제 막 1막을 내린 이 드라마에 우레와 같은 ''커튼콜(curtain call)''이 터져나오고 있다.

다시 하자는 것이다.

최대한 빨리,그것도 출연진을 대폭 늘려서….

아예 상설극화하자는 요구도 쇄도하고 있다.

이산가족 면회소를 개설해 만나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만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좀더 진행되면 아예 무대를 없애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호텔방에서만 만나게 하지 말고 집에도 가고,부모님 산소도 찾을 수 있게 하자는 얘기다.

"남이든 북이든 상관없이 이산가족이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게 하자"고 남북 지도자들이 합의한 만큼 당장 시범사업이라도 벌이자는 주장도 나온다.

거부할수 없는 요구들이다.

그 누구도,어떠한 이유로도 피붙이를 갈라놓을수 있는 권리는 없다.

이념도 체제도 핏줄 다음이어야 한다.

물론 남쪽 관객들에겐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장군님'' 얘기가 거슬렸을 것이다.

북쪽 상봉단에게는 서울의 매캐한 매연과 울긋불긋한 젊은이들의 머리색깔이 거부감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적 이질감과 인식의 골은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더군다나 핏줄 앞에선 아무 것도 아니다.

이제 드라마를 연출한 감독들은 관객들의 커튼콜에 응답할 때다.

강창동 사회부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