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각각 처자식과 아들을 두고 내려와 남한에서 결혼해 살아오다 운좋게 나란히 방북단에 선정된 이선행(81).이송자(82)씨 부부. 이들의 인생 드라마는 상봉 3일째인 17일 오찬에서 이뤄진 북에 두고온 두 가족들과의 결합으로 극에 달했다.
이선행씨의 북쪽 아내 홍경옥(76)씨와 남쪽 아내 이송자씨는 15일이후 3차례에 걸친 상봉과 한번의 식사때 서로 얼굴을 지나치면서도 선뜻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이선행씨의 두 부인은 오찬 바로 직전 승강기를 타고 내려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피했다.
남편의 입장을 고려했고 자칫 세간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그러나 북쪽 안내원의 권유로 만남이 이뤄졌다.
이송자씨의 북쪽 아들 박위석(61)씨는 이선행씨에게 절을 올리며 "아버님 받으십시오"라고 들쭉술을 권하자 이씨는 어머니의 노후를 걱정하는 듯한 박씨를 안심시키며 "나는 머슴처럼 어머니를 받들고 있으니 걱정마라"고 답했다.
또 홍씨와 함께 온 이선행씨의 북쪽 장남 진일(56)씨는 이송자씨를 어머니라고 부르며 "아버지를 돌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서 통일이 돼서 아버지의 90세 생일상은 제가 차려드리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진일씨와 동생 진관(51)씨는 박씨를 향해 "형님으로 하겠습니다"라며 형제의 연을 맺었다.
그러나 이송자씨와 홍씨간의 대화는 아주 짧게 이뤄졌다.
둘은 각기 서로의 북쪽 아들로부터 술을 받은 뒤 건배를 했다.
한편 이날 오전 개별상봉 때는 그동안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이선행씨와 홍씨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이씨는 홍씨의 어깨를 끌어 안고는 "혼자서 애들 키우느라 고생 많았다"며 오열했다.
이어 이씨는 "내 마지막 소원을 이룰 차례"라면서 갑자기 홍씨를 등에 업고 눈물을 흘리며 방안을 돌았다.
이날 만남이 이뤄진 방안의 탁자에는 이선행씨가 전날 잠을 설쳐가며 쓴 소감문이 놓여 있었다.
"단체상봉때 큰 아들 진일이가 손을 잡았다. 낯이 설었다. 6살 그 아이가 아니었다. 옆에는 쪼그라든 할어니가 앉아 있었다. 26살의 어여쁜 아줌마가 아니다."
< 평양 공동취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