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정동현의 가해자로 자처하는 자들이 보낸 편지 내용이 특히 주간지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킨 이유는,서투른 문장이긴 하지만 편지의 서두에 가해자의 거창한 신념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건전한 사회 윤리를 보호하기 위해 위험한 흉기는 단연 제거되어야 하며,정동현의 남근은 어떤 무서운 흉기보다 사회 윤리에 더 나쁜 해를 끼쳤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문답 형식의 내용은 녹음이 된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었다.

진성호는 뒷좌석 중간에 있는 박스를 열고 그 안에서 고릴라와 침팬지라고 자칭하는 두 괴한의 사건과정 공개 내용이 게재된 주간지를 꺼냈다.

그는 그 기사가 난 후 여러 번 읽고 또 읽을 때마다 통쾌함을 느껴 차 안에 주간지를 두고 있었다.

그는 그 내용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고릴라:당신 토크쇼 사회자 정동현 맞지?

정동현:….

침팬지:야 고릴라,그냥 찔러버리고 가자.

고릴라:너무 떨지 마.우리들이 가진 칼이 겁나서 떨고 있나?

정동현:….

고릴라:좋았어.그럼 우리도 칼을 집어넣지.자,다시 시작하지,당신 정동현 맞지?…고개만 끄덕이지 말고 말로 해.

정동현:네.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앞으론 절대로 이런 일 없을 거예요.

하나님께 맹세해요.

고릴라:뭐 하나님께 맹세한다고… 당신 크리스천이야?

정동현:옛날엔 교회에 다녔어요.

고릴라:그럼 십계명 외워봐.

정동현:살려주세요.

한번만 살려주세요.

침팬지:야 고릴라,십계명에 ''한번만 살려주세요''라는 게 있니?…없지…이 새끼 크리스천이 아니잖아.

고릴라:십계명에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계명이 있어.그렇지?

침팬지:그런 어려운 말은 이 새끼가 못 알아들어.그냥 榴諛「?멋대로 휘두르지 말라는 말이 있다고 설명해줘야 알아들을 거야.

고릴라:아니야.이 친구 벌거벗고 두 손으로 싹싹 빌고 있으니까 그렇지,옷 척 빼입고 화면에 나올 때 보면 근사하단 말이야.이 친구 이래봬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친구야.미국 변호사 시험에도 합격하고….침팬지:내가 보기에는 저 새끼 ?대가리 빼놓고는 쓸만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고릴라:뭐가 창피해서 ?을 가리려고 그래? 그게 큰 자랑일 텐데…좋았어,그럼 팬티를 입게 해주지.팬티 입어.

(욕실에서 여자의 울음소리)

침팬지:조용히 해,이년아.또 소리내면 죽여버릴 거야.

고릴라:우리도 이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까 답답해서 안 되겠어.마스크를 벗으면 당신이 우리 얼굴을 알게 될 테니까…이렇게 하지.방 불을 다 끄고 스탠드 불만 켜.그럼 당신 얼굴만 보일 거야.

(사이)

침팬지:야 고릴라,우리가 뭐 죄인 심문관이냐.너 이런 심문 장면 영화에서 봤어?

고릴라:저자는 분명히 죄인이고 이 순간 너와 나는 심문관 역할을 해야 해.

침팬지:야,이거 뭐 우리가 영화 찍고 있는 거야? 그냥 찔러버리고 가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