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도메인 가치를 뒤늦게 인식하면서 자사 국제도메인을 외국에서 조용히 사들이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거액을 주고 도메인을 매입하고 있으나 외화 유출과 도메인 선점을 못한 데 따른 여론 부담을 의식,구체적인 액수를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코오롱은 최근 ''kolon.com'' 도메인을 이스라엘인으로부터 인수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kolon.co.kr'' 대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닷컴 도메인을 매입,해외 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코오롱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 도메인 소유자와 지속적으로 접촉,2만5천달러(2천8백만원)에 매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한국도자기는 그동안 사용하던 복잡한 ''hankookchinaware.co.kr'' 대신 ''hankook.com''을 최근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인으로부터 이 도메인을 1천7백달러(2백만원)에 사들였기 때문이다.

LG전자도 지난 4월 기존에 갖고 있던 ''lge.co.kr'' 대신 ''lge.com''을 미국 회사로부터 확보해 사용하고 있다.

정확한 액수를 밝히지는 않고 있으나 50만달러(5억6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sk.com''을 지난해 미국 웹호스팅 업체로부터 양도받았다.

SK는 이 도메인을 헐값에 산 대신 이 업체에 영문 홈페이지 제작과 웹호스팅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조건에 알파벳 두자릿수의 도메인을 양도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도메인 양도 후 이렇다할 홈페이지 제작이 진척되지 않고 있어 업계에서는 이면계약이 존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도 지난해 ''hyundai.com''을 단돈 3백달러에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처음에는 캐나다에 거주하는 도메인 소유자가 고액을 요구했으나 현대가 매입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자 등록비 70달러를 뽑기 위해 헐값에 팔았다는 것.

하지만 현대가 세계적 기업이란 점을 감안,전문가들은 최소한 수천만원은 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일제당은 지난 3일 미국인으로부터 ''cj.net''을 사들였으며 삼성경제연구소도 네덜란드의 모 기관으로부터 ''seri.org''를 매입했다.

이같이 국내 기업들이 닷컴 등 국제도메인을 잇따라 매입하는 것은 도메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널리 확산된 데다 해외사업을 벌일 때도 대표성이 있는 국제도메인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조재길 기자 musoyu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