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136) 제2부 : IMF시대 <1> 복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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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1997년 11월 21일 저녁 진성호는 여당 대통령 후보 진영의 핵심 인사와의 저녁약속을 끝내고 광화문으로 향하는 차 안에 있었다.
오늘 저녁 처음으로 막을 올리는 뮤지컬 ''박정희의 죽음''의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서였다.
의식불명인 아내의 병세가 호전되지 않았고 사고를 낸 범인의 행방도 아직 오리무중이었으나 황무석 부사장의 활약으로 주가조작 문제가 일단 덮어진 상태였으므로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더구나 이미지가 임신하였다는 진단을 오늘 아침 받았으므로 그는 오히려 기분이 들뜬 상태였다.
진성호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9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공연의 마지막 부분만 관람할 예정이었다.
차 안 라디오에서는 9시 정규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3당 대통령 후보간의 한국갤럽의 여론 조사 내용이 방송되고 있었다.
이회창 후보가 김대중 후보를 29퍼센트 대 33퍼센트 차로 추격하고 있고,반면 선거운동 초기 돌풍을 일으켰던 이인제 후보는 20퍼센트 대로 하락했다는 내용이었다.
진성호는 경제계에서는 거의 아무도 믿지 않지만 이번만은 야당이 정권을 잡는 정권교체가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가능성을 뒷받침할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오늘 저녁 식사도중 여당 대통령 후보진영의 핵심 인사와 나눈 대화 내용 때문이었다.
"이번 대선은 글렀어"
대선 때마다 킹메이커로 자부하는 실력자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한 말이었다.
"왜요? 왜 벌써부터 안 될 것 같아요?"
진성호가 그의 말이 믿어지지 않아 물었다.
"내가 말이야.어제 회의에서 총재에게 얘기했지.여론조사 결과 4퍼센트 정도 떨어져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정치자금을 쓸 때라고.그래서 내가 200억 정도 구할테니 총재보고 300억을 구하라고 했지.500억 정도를 전국 지구당에 내려보내면,그중 절반은 날아가겠지만,나머지 절반은 선거구민에게 어떤 형태로든 돌아간다고 말이야"
"그 돈이 선거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250억이면 한 표당 5만원씩,그러면 50만표야.지금 표차가 그 이하야.그랬더니 말이야.참 기가 막혀서.총재가 뭐랬는지 알아?"
"뭐랬는데요?"
"아,글쎄,총재가 아무 말 없이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가버리는 거야.그래서 화장실에 갔으려니 했는데,아무리 기다려도 다시 안 나타나더라고.나중에 총재 비서한테 연락했더니 퇴근했다는 거야.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직원을 시켜 수행비서한테 전화를 걸어보라고 했지.그랬더니 총재가 정말 집으로 가는 중이었어.이런 환장할 일이 또 있어?"
"총재가 왜 그랬을까요?"
"몰라.그 쫌팽이가 사업가에게 손내밀기가 싫어서 그랬을 거야.그리고 약점 잡히기도 싫었을 거고….아,정치판이 다 그렇고 그런데 자기 혼자만 고고하게 놀려고 하면 누가 좋다고 해? 내가 애초에 사람을 잘못 보았어.그 사람은 잘해야 대법관 정도야.그 이상은 우리 정치판에서 한몫 할 위인이 못 돼"
진성호가 저녁식사 도중에 오갔던 대화내용을 회상하고 있을 때,차 안 라디오에서 경제뉴스가 흘러나왔다.
1997년 11월 21일 저녁 진성호는 여당 대통령 후보 진영의 핵심 인사와의 저녁약속을 끝내고 광화문으로 향하는 차 안에 있었다.
오늘 저녁 처음으로 막을 올리는 뮤지컬 ''박정희의 죽음''의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서였다.
의식불명인 아내의 병세가 호전되지 않았고 사고를 낸 범인의 행방도 아직 오리무중이었으나 황무석 부사장의 활약으로 주가조작 문제가 일단 덮어진 상태였으므로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더구나 이미지가 임신하였다는 진단을 오늘 아침 받았으므로 그는 오히려 기분이 들뜬 상태였다.
진성호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9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공연의 마지막 부분만 관람할 예정이었다.
차 안 라디오에서는 9시 정규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3당 대통령 후보간의 한국갤럽의 여론 조사 내용이 방송되고 있었다.
이회창 후보가 김대중 후보를 29퍼센트 대 33퍼센트 차로 추격하고 있고,반면 선거운동 초기 돌풍을 일으켰던 이인제 후보는 20퍼센트 대로 하락했다는 내용이었다.
진성호는 경제계에서는 거의 아무도 믿지 않지만 이번만은 야당이 정권을 잡는 정권교체가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가능성을 뒷받침할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오늘 저녁 식사도중 여당 대통령 후보진영의 핵심 인사와 나눈 대화 내용 때문이었다.
"이번 대선은 글렀어"
대선 때마다 킹메이커로 자부하는 실력자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한 말이었다.
"왜요? 왜 벌써부터 안 될 것 같아요?"
진성호가 그의 말이 믿어지지 않아 물었다.
"내가 말이야.어제 회의에서 총재에게 얘기했지.여론조사 결과 4퍼센트 정도 떨어져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정치자금을 쓸 때라고.그래서 내가 200억 정도 구할테니 총재보고 300억을 구하라고 했지.500억 정도를 전국 지구당에 내려보내면,그중 절반은 날아가겠지만,나머지 절반은 선거구민에게 어떤 형태로든 돌아간다고 말이야"
"그 돈이 선거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250억이면 한 표당 5만원씩,그러면 50만표야.지금 표차가 그 이하야.그랬더니 말이야.참 기가 막혀서.총재가 뭐랬는지 알아?"
"뭐랬는데요?"
"아,글쎄,총재가 아무 말 없이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가버리는 거야.그래서 화장실에 갔으려니 했는데,아무리 기다려도 다시 안 나타나더라고.나중에 총재 비서한테 연락했더니 퇴근했다는 거야.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직원을 시켜 수행비서한테 전화를 걸어보라고 했지.그랬더니 총재가 정말 집으로 가는 중이었어.이런 환장할 일이 또 있어?"
"총재가 왜 그랬을까요?"
"몰라.그 쫌팽이가 사업가에게 손내밀기가 싫어서 그랬을 거야.그리고 약점 잡히기도 싫었을 거고….아,정치판이 다 그렇고 그런데 자기 혼자만 고고하게 놀려고 하면 누가 좋다고 해? 내가 애초에 사람을 잘못 보았어.그 사람은 잘해야 대법관 정도야.그 이상은 우리 정치판에서 한몫 할 위인이 못 돼"
진성호가 저녁식사 도중에 오갔던 대화내용을 회상하고 있을 때,차 안 라디오에서 경제뉴스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