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무역업체에서 일하는 Y부장.그의 호주머니에서는 잔돈이 사라진지 오래다.

지하철 탑승부터 자판기 사용까지 카드형태의 전자화폐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기 때문이다.

공중전화를 걸 때나 시원한 캔음료수를 살때도 동전을 찾기 위해 주머니를 뒤지지 않는다.

여유있게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공중전화에 넣거나 주인에게 건내면 그만이다.

집에서도 잔돈이 필요없기는 마찬가지.오늘은 인터넷사이트에서 MP3파일을 다운받으려고 용돈을 조르는 10살짜리 아들에게 2만원이 충전된 카드를 줬다.

국내에서 이처럼 "현금이 필요없는"생활방식이 자리잡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

지난 6월말 서울 코엑스몰에서 몬덱스 전자화폐가 상용화에 들어간데 이어 7월에는 강남구 역삼동 일대에서 한국형 전자화폐인 K캐시의 시범서비스가 실시되면서 전자화폐 시대가 본격 개막된 것. 전자화폐란 집적회로(IC)가 내장된 카드에 소비자의 은행계좌에서 빠져 나온 돈을 저장,선불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결제수단이다.

저장된 금액이 다 떨어지면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전자화폐 전용충전기,공중전화,인터넷,휴대폰 등을 통해 자신의 은행계좌에 남아 있는 돈을 충전할 수 있다.

전자화폐는 크게 IC칩형과 네트워크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실제상점이나 인터넷에서 사용할 수 있는 IC칩형에는 몬덱스,V캐쉬,K캐쉬 등이 있으며 인터넷에서만 사용가능한 네트워크형으로는 이코인,엔캐시 등이 꼽힌다.

IC칩 카드는 은행 등에서 회원신청서를 작성하면 누구나 발급이 가능하다.

학생이든 미성년자든 제한이 없다.

이용에 앞서 은행에 예금계좌를 갖고 있거나 개설해 일정금액을 미리 "충전"해야 한다.

은행의 창구와 자동화기기에서 20만원 한도까지 가능하다.

창구나 자동화기기에 전자화폐를 집어넣고 비밀번호와 금액을 입력하면 충전된다.

미리 충전된 금액내용이 담겨있는 IC칩이 내장된 카드를 가맹점의 카드리더기에 읽히면 사용금액만큼 자동적으로 인출된다.

신용카드와는 달리 이용자가 서명할 필요도 없고 온라인망에 연결하기 위해 기다려야 할 필요가 없다.

전자화폐 시장은 마스터카드 계열의 몬덱스,한국금융결제원의 K캐쉬,비자카드가 주도하는 V캐쉬 등 3파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몬덱스는 지난 6월27일 코엑스몰에서 국내에선 처음으로 전자화폐의 상용화에 들어갔다.

현재 코엑스몰내 외식업체 등 76개 가맹점에서 통용되고 있으며 연내로 7백여개 전 가맹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금융결제원은 지난달 26일부터 강남구 역삼동 일대에서 K캐쉬의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 기간 중에 약 2만4천매의 전자화폐를 발행하고 6백60개의 가맹점을 유치할 예정이며 오는 10월부터 서비스 지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비자카드를 비롯 SK텔레콤 등 18개 기업이 참여하는 그랜드 컨소시엄 "V캐시"는 빠르면 오는 10월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카드 발급을 시작,2005년까지 1천만장을 발급할 예정이다.

송대섭 기자 dssong@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