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개도국의 단기외채에 대한 국제금융기관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단기외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개도국의 단기외채는 대외신용 여부에 따라 해외유출과 직결되는 문제다.

우리가 외환위기를 당한 것도 총외채 보다는 외채의 질적 관리를 잘못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다시 말해 단기외채가 과도하게 많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단기외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5월말 현재 단기외채 비율은 33.4%에 달하고 있다.

뉴욕채권단 협상의 성공으로 20%대까지 내려갔던 98년 2월과 비교해서는 무려 13% 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사정이 이런데 정책당국의 태도를 보자.한마디로 단기외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될게 없다는 시각이다.

우선 외환보유고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52.4%로 임계수준인 60%를 밑돌고 있는 점을 위안의 근거로 삼고 있다.

단기외채도 주로 무역신용에 기인하고 있어 경기가 둔화되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당국이 이런 시각을 갖고 있어서 인지 전체적인 사회분위기도 단기외채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의 단기외채가 늘어나는 점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그렇다면 동일한 현상을 놓고 대내외적으로 이런 시각차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의 정책당국자가 특정기준에 대해 신드룸에 걸려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기구들이 내놓는 기준은 참고지표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국의 정책당국자가 외환보유고대비 외채비율이 임계수준보다 낮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 보는 시각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의 대외신용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외유출 가능성이 있는 자금은 단기외채만이 아니다.

포트폴리오 자금은 더 빨리 유출된다.

개인의 외화거래 자유화 계획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는 한국 국민들의 국부유출도 가세될 가능성이 있다.

외환보유고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절대지표가 못되는 것도 이런 연유다.

무역신용도 그렇다.

물론 정책당국의 시각대로 경기가 둔화되면 무역신용은 줄어든다.

대신 최근처럼 구조조정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환차익을 겨냥한 외국은행의 단기외화차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도 대외신용 때문에 해외자금조달때 단기자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순채권국이기 때문에 단기외채가 늘어나도 문제가 없다는 시각은 정책당국의 도덕적 해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아무리 많은 자산을 갖고 있어도 외화가 필요할 때 제때에 매각할 수 없는 점을 경험한바 있다.

자산가치도 위기설이 나돌면 곧바로 급격히 떨어진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단기외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외채통계를 발표할 때마다 이런 저런 기준을 대면서 "문제가 없다"는 식의 평가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정책평가나 통계에 대한 의미부여는 국민들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인식을 전제로 무역신용은 금융기관들의 외환건전성 기준에 포함시켜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지금처럼 어정쩡한 모습으로는 곤란하다.

구조조정도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춰 추진해야 한다.

최근처럼 단순히 조직과 인원을 줄이는 "축소형 구조조정"만으로는 단기자금조달에 의존하는 패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외자유출입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 놓아야 한다.

원칙적으로 외자유입은 자유로운 점을 감안하면 조기경보체제를 도입해 자금의 성격을 사전에 파악해 놓을 필요가 있다.

동시에 가변예치제나 외환거래세를 도입해 한순간 대규모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처럼 소규모 개방국가는 외환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