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지독점전재 ]

기업합병에 대한 그간의 몇몇 연구 결과를 보면 기업합병이 할리우드 스타들간의 결혼보다 더 높은 실패율을 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컨설팅업체인 KPMG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합병의 절반 이상이 주가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고 3분의1 이상은 주가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했다.

지난 2년 동안 세계각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로 기업합병이 진행됐다.

지난 99년에 전세계에서 이뤄진 인수합병 규모는 무려 3조4천억달러를 넘어섰다.

합병이 가장 활발히 이뤄진 유럽지역에서는 전년에 비해 인수 합병 규모가 두 배로 늘어 1조2천억달러에 달했다.

최근의 기업 결합은 과거의 실패를 피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91년 AT&T가 NCR를 인수한 것은 컴퓨터 산업계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였지만 엄청난 손실을 내고 말았다.

인수합병치고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거의 없다.

대신 실패사례는 훌륭한 교훈을 남겼다.

인수합병 중 가장 많은 것은 방어적 의미의 합병이다.

관계된 회사가 경영위기에 시달렸기 때문에 회사구제 차원에서 이뤄졌다.

항공기제작업체인 맥도널더글러스는 최대 고객인 미 국방부가 예산을 반으로 줄이자 이에 위협을 느끼고 보잉사와 합병했다.

때로는 세계화라는 이름 하에 대규모 합병이 이뤄지기도 했다.

다임러벤츠와 합병한 크라이슬러는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자체적으로 번영하기에는 규모가 작았다.

약탈자에 의한 합병은 또 다른 유형이다.

경영위기를 피하기 위해 합병을 하면,회사가 안고있는 문제가 고스란히 합병 후에도 남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합병 대상을 물색하는 기간에는 위험보다는 합병이 가져다줄 기회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 십상이다.

합병 전에 철저한 사전조사와 합병에 대비한 준비가 중요한 만큼 합병 후의 전략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모든 노동자들이 잘 알고있는 것처럼 합병은 노동자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경우가 많다.

합병이 발표되자마자 능력있는 사원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력서를 준비한다.

합병이 사원들에게 해고보다는 기회를 가져다준다는 점을 빨리 인식시키지 않으면 사원들은 미련없이 회사를 떠났다.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뤄진 합병은 경영자들이 현명한 전략을 갖고 이를 재빨리 실행에 옮긴 때문이다.

타임워너의 터너 브로드캐스팅 인수는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

타임워너 회장인 제럴드 레빈은 80년대 후반에 미디어재벌의 비전을 세우고 다수의 시청자에게 동일한 콘텐츠를 제공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비록 몇몇 중요한 인력을 잃어버리기는 했지만 독일인의 철처함으로 합병을 추진했다.

그리고 트래블러스와 합병한 시티뱅크는 세계최대의 금융서비스회사인 시티그룹을 만들어 비용절감을 통해 큰 이익을 냈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이,사업에는 운도 따라야 하고 수완도 있어야 한다.

경기가 좋을 때는 합병을 진행하기 수월하다.

경기가 상승세를 탈때 이익을 내기도 쉽다.

합병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구성원간의 융화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최고위층 인사의 경우 더욱 그렇다.

한 회사에 오너가 둘인 체제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합병시 한쪽의 오너가 다른 오너보다 낮은 직책을 맡는 아량이 필수적이다.

시티뱅크의 존 리드는 수개월 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가 결국 트래블러스의 샌디 웨일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물론 합병이 종종 실패한다는 사실이 합병을 피해야 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합병이 회사가 안고 있는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주는 돌파구도 아니다.

합병 전에 경영자가 이전에 행해진 여러가지 합병의 경험을 잘 연구한다면 합병 자체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7월27일자>

정리=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