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1일 공식 발표한 16대 그룹 결합재무제표는 재벌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계열사간에 사고 판 내부거래 매출이 총매출의 30%를 넘는다든지, 상당수가 이자를 낼수 있는 영업이익을 못올리고 있는 현실이 드러났다.

기업들이 국제통화기금(IMF)이후 내부거래와 상호지급보증, 계열분리, 대차해소 등을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는 메시지다.

금감원은 "IMF 전에 비하면 그래도 경영지표가 많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내부거래 의존도 높다=삼성의 경우 국내외 1백59개 계열사 매출액을 단순 합산할 경우 1백48조1천7백억원이었다.

그러나 결합재무제표 결과 이중 61조7천3백억원(41.7%)이 계열사간 매출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현대는 38.1%, LG와 SK도 각각 38.0%, 35.8%의 내부거래 매출을 올렸다.

내부거래 결과 영업이익도 단순합산 재무제표에 비해 삼성이 11.3%(1조1천3백57억원), 현대와 SK LG가 각각 2∼6% 줄었다.

금감원은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 비정상.불공정 거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건전한 수직계열화에 따른 산업연관성이 높아 유리한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내부거래가 많은 만큼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한 주주의 감시는 더 강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이자도 못갚는 장사=16대 조사그룹중 비금융계열사 기준으로 12개 그룹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충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개 그룹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1.42다.

이자보상배율이 1이하면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갚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삼성(2.87)과 LG(1.32) SK(1.44) 롯데(3.79)가 1을 넘었을뿐 나머지는 모두 1이하거나 마이너스(코오롱 한라 강원그룹)였다.

마이너스는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들이 차입금을 줄이려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벼랑끝의 해외사업=전체 조사대상(7백20개)에는 3백99개의 해외 계열사가 포함됐다.

이들은 전체 매출(4백74조원)의 약 3분 1(1백7조원)을 차지하면서도 영업 활동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4대그룹을 제외한 12개그룹 해외계열사(99개사)의 경우 전체매출대비 영업수익률이 마이너스 0.2%를 기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사업에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해외부문의 수익성이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부문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가 요구된다"고 지적됐다.

◆4대그룹에 경제력 집중=16개 그룹의 총자산은 금융업을 포함, 4백19조원.

이중 현대 삼성 등 4대그룹 자산이 3백12조7천억원으로 74.6%를 차지했다.

자산뿐 아니라 부채 자본 매출액 측면에서도 경제집중 현상이 확연히 드러났다.

부채규모에서는 4대 그룹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이중 삼성그룹(1백1조원) 부채액은 전체의 31%였다.

조사대상 계열사도 4대그룹은 4백37개사로 전체(7백20개)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