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 싸움의 핵심은 기술표준이다.

사업신청을 준비중인 업체로서는 사업권을 따느냐 마느냐보다 동기식을 맡느냐 비동기식을 맡느냐가 더 중요하다.

3개의 사업권을 놓고 네 사업자가 겨루고 있어 경쟁률이 낮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은 어떤 기술표준을 맡느냐에 따라 회사 운명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눈치싸움을 하고 있다.

물론 허가권자인 정보통신부는 복수표준을 택하겠다고 발표했고 기술표준 선택을 업계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다.

또 사업자들은 한결같이 비동기식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모두 비동기식을 택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표준문제는 이렇게 간단하지 않다.

한국이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동기식을 정부가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기식 떠넘기기=IMT-2000을 준비하고 있는 사업자들은 소비자들이 비동기식을 선호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세계시장점유율에서 비동기식이 8대2의 비율로 동기식을 압도한다면 비동기식을 골라야 세계 어디서든 손쉽게 통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까닭에 각사는 동기식을 경쟁업체에 떠넘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동기식 떠넘기기는 최근 SK텔레콤이 비동기식을 택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SK는 현재 동기식 이동전화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사업자가 동기식을 마다한다면 후발업자들이 굳이 동기식을 택할 이유가 없다.

SK가 비동기를 선언한 뒤 업계에서는 "모두가 동기식을 기피한다면 공기업인 한국통신이 맡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은 누군가 동기식을 맡아야 한다면 당연히 SK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로는 SK가 동기식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IMT-2000의 초기단계인 MC-1X라는 동기식 서비스를 하겠다고 맨먼저 선언했다는 점을 꼽는다.

2002년까지 완전 민영화될 기업에게 "공기업 멍에"를 씌우는 것도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두가지 변수=SK가 비동기식을 택하겠다고 선언한 뒤에도 업계에서는 막판에 동기식을 택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동기식 최강자가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비동기로 돌아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 첫번째 이유이다.

또 진정으로 비동기식을 택할 셈이라면 오는 10월 맨먼저 MC1X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서둘렀겠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이같은 가정에 대해 SK는 강력히 반발한다.

비동기식을 택하겠다는 것은 진심이라고 강조한다.

또 비동기식을 택하기로 한 것은 동북아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중국과 일본에서 비동기식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동기식을 고집하다간 SK는 한국 최고에 머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기술표준과 관련,SK의 속내 못지않게 중요한 변수는 정부의 의지이다.

아무도 비동기를 택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공기업인 한국통신에게 동기식을 맡길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대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자율 방침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관심거리는 SK가 막판에 동기식으로 돌아서더라도 한국통신에게 동기식을 맡기느냐 여부이다.

LG그룹과 한국IMT-2000 컨소시엄은 기술표준에 관한한 종속변수로 여겨지고 있다.

LG는 이미 또하나의 사업자와 함께 비동기식을 선택,기지국을 공유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LG로서는 SK보다는 한국통신이 파트너로 적합하다고 보고 있지만 지켜보는 도리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IMT-2000은 비동기식을 선호하지만 아무도 동기식을 맡지 않을 때는 자기네가 떠맡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술표준을 둘러싼 눈치보기는 사업계획서를 접수하는 오는 9월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