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이산가족 상봉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이별보다 더한 괴로움은 없고 특히 생이별보다 더한 아픔은 없다"고 적었다.

이어서 "까짓 하나는 죽고 하나는 사는 결별쯤이야 고통이라고 할 게 못된다"는 말로 생이별의 처절함과 기막힘을 표현했다.

헤어지는 줄조차 모르고 흩어진채 반세기동안 생사여부도 확인 못하고 지내온 이산가족들의 상봉을 앞두고 전국이 다시 눈물바다를 이루고 있다.

1세대 1백23만명에 2~3세대를 더하면 8백90만명에 달하는 이들 이산가족의 대부분은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 지쳐 아련한 추억속에 묻었거나 냉전이데올로기의 서슬때문에 실종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입밖에 내는 것조차 금기시해온 사람들이다.

어느쪽이든 희미한 기억속에 멀어지기만 하는 모습을 누렇게 바랜 사진 한장에 억지로 붙들어뒀을 것임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실제로 북한측에서 알려온 사람 가운데는 맏아들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50년동안 이사하지 않고 같은집에 살아온 노모가 있는가 하면 50년을 기다리다 두달전에야 실종신고를 한 사람도 있다는 보도다.

어느것 하나 애틋하지 않은 일이 없거니와 신혼초 헤어져 생사조차 모른채 홀로 자식을 키우며 살아온 아내들의 사연은 더욱더 가슴을 저민다.

그래도 뒤늦게나마 만날수 있는 사람은 낫다.

북쪽의 부모나 자식을 그리며 남몰래 한숨짓다 두세달전 세상을 떠난 이들도 많다.

남쪽으로 간 남편때문에 협동농장과 아오지탄광에서 일했으면서도 "내가 아무리 고생해도 당신보다 더했겠습니까. 집떠난 사람이 더 고생이지요. 오래오래 살아서 통일되는 날 만납시다"라는 편지를 보낸 할머니가 지난해 사망했다는 소식은 가슴을 찢는다.

비극의 여지는 또 있다.

뻔히 찾는줄 알면서도 월북자가족이라는 지난날의 족쇄나 새삼스런 상봉의 부작용이 무서워 쉬쉬하는 사람들도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화가 임옥상의 작품중 "6.25후 김씨 일가"라는 것이 있다.

한자리에 모인 일가친척을 소재로 한 이 그림엔 군데군데 얼굴이 허옇게 형체만 남은 사람들이 있다.

2000년 8.15후 김씨 일가중 잃어버렸던 형상을 되찾게 될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