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음으로 비로소 넉넉한 삶..허허당 스님 禪畵 명상집 '無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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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워라/홀로 선 자/이 세상 어떤 기쁨도/고요히/스스로 홀로 있는/기쁨만 못하리"
허허당 스님의 선화명상집 "무심"(찬섬,8천원)에는 10만 동자승 그림이 들어 있다.
지난 6월 한달간 스위스 취리히 전시회 때 전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든 작품이다.
이 "화엄법계도(십만동자)방광"은 점을 찍어놓은 것처럼 빼곡한 동자승들을 배경으로 한가운데에 부처님의 형상을 실루엣으로 겹친 그림.
국내외에서 "법력의 극치를 이룬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책의 앞부분에는 그가 붓으로 쓰고 그린 선시와 선화가 수묵.유채에 담겨 펼쳐져 있다.
중간에는 출가하게 된 동기와 구도과정,깨달음에 관한 글들이 실려 있고 후반부에는 스위스 전시회 관련 에세이와 유럽여행기가 담겨 있다.
그의 글은 "비어 있음"과 "넉넉함"을 함께 지니고 잇다.
"아무 것도/가진 게 없어/시비하는 자 없고/아무 것도/줄 게 없어/관심 갖는 이 없도다/안국의 밤/심심한 마당에/비 떨어지는 소리/한가로이 고개 숙인/중 살림이/넉넉하다"
그는 열아홉에 해인사 일주문으로 스스로를 밀어넣은 뒤 홍류동 계곡의 물소리처럼 맑고 평화로운 선승의 길을 걸어왔다.
향훈이라는 법명으로 수행하던 그는 "도는 구하고 찾아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울 때 찾아오는 것"이란 깨달음을 얻고 이름을 허허당(비고 빈 집)으로 바꿨다.
이후 선방을 뛰쳐나와 지리산 벽송사와 안국사 등에서 그림에 몰두했다.
그의 수행은 하얀 여백의 한지와 붓 한자루로 이뤄진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수십만 동자승은 범종과 풍경을 만들고 우담바라 꽃으로 피어나기도 한다.
그에게 선화는 "존재의 흐느낌대로/생명 에너지의 흐름을 타고/무심히 쭉쭉 그어가는 것"이다.
거기에서 진정한 깨달음이 나온다.
"다 알고도 다 아는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진정한 각자의 슬픔이다. (...) 그래서 부처는 역설적으로 나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했으며 예수는 그냥 보라고만 했던 것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 겹격자 한지문을 배경으로 한 잠언 구절이 눈을 붙잡는다.
"떠나 있으라./떠나 있는 자에겐 삶이 곧 여행이다. /찾지 마라./잃기 쉽다"
이 책의 제목이 무심인 까닭을 알 것 같다.
그래,더이상 무엇을 구하고 무엇에 집착할 것인가.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허허당 스님의 선화명상집 "무심"(찬섬,8천원)에는 10만 동자승 그림이 들어 있다.
지난 6월 한달간 스위스 취리히 전시회 때 전유럽을 떠들썩하게 만든 작품이다.
이 "화엄법계도(십만동자)방광"은 점을 찍어놓은 것처럼 빼곡한 동자승들을 배경으로 한가운데에 부처님의 형상을 실루엣으로 겹친 그림.
국내외에서 "법력의 극치를 이룬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책의 앞부분에는 그가 붓으로 쓰고 그린 선시와 선화가 수묵.유채에 담겨 펼쳐져 있다.
중간에는 출가하게 된 동기와 구도과정,깨달음에 관한 글들이 실려 있고 후반부에는 스위스 전시회 관련 에세이와 유럽여행기가 담겨 있다.
그의 글은 "비어 있음"과 "넉넉함"을 함께 지니고 잇다.
"아무 것도/가진 게 없어/시비하는 자 없고/아무 것도/줄 게 없어/관심 갖는 이 없도다/안국의 밤/심심한 마당에/비 떨어지는 소리/한가로이 고개 숙인/중 살림이/넉넉하다"
그는 열아홉에 해인사 일주문으로 스스로를 밀어넣은 뒤 홍류동 계곡의 물소리처럼 맑고 평화로운 선승의 길을 걸어왔다.
향훈이라는 법명으로 수행하던 그는 "도는 구하고 찾아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울 때 찾아오는 것"이란 깨달음을 얻고 이름을 허허당(비고 빈 집)으로 바꿨다.
이후 선방을 뛰쳐나와 지리산 벽송사와 안국사 등에서 그림에 몰두했다.
그의 수행은 하얀 여백의 한지와 붓 한자루로 이뤄진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수십만 동자승은 범종과 풍경을 만들고 우담바라 꽃으로 피어나기도 한다.
그에게 선화는 "존재의 흐느낌대로/생명 에너지의 흐름을 타고/무심히 쭉쭉 그어가는 것"이다.
거기에서 진정한 깨달음이 나온다.
"다 알고도 다 아는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진정한 각자의 슬픔이다. (...) 그래서 부처는 역설적으로 나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했으며 예수는 그냥 보라고만 했던 것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 겹격자 한지문을 배경으로 한 잠언 구절이 눈을 붙잡는다.
"떠나 있으라./떠나 있는 자에겐 삶이 곧 여행이다. /찾지 마라./잃기 쉽다"
이 책의 제목이 무심인 까닭을 알 것 같다.
그래,더이상 무엇을 구하고 무엇에 집착할 것인가.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