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빈 < 한양대 상경대 경영학부 교수 >

"의료대란"에 놀란 가슴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은행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국민을 볼모로 삼아 벌어지는 작금의 사태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정부,의사협회 또는 은행산업노조로 불리는 고래들 싸움에 애꿎은 국민들의 새우등만 터진다.

무엇이 "극한대결"로 몰아 가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변화와 개혁의 당위성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이견은 없다.

그런데 변화와 개혁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희생"을 어느 누구도 부담하지 않으려는 데서 문제는 시작된다.

개혁의 성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나나 비용과 부작용은 단기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로 개혁이 머뭇거리거나 지연 또는 중단될 수는 없다.

산고의 아픔없이는 출생의 기쁨을 누릴 수 없듯이 금융구조조정없이는 우리 경제나 금융산업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위기도 겪지 않았고 부실문제도 우려되지 않는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서구 국가는 물론 개혁에 미온적인 입장을 취해오던 일본과 중국에 이르기까지 앞다투어 은행대형화 겸업화 전문화를 추진하는 등 금융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이라고 개혁에 따른 어려움과 아픔이 없겠는가.

하지만 개혁만이 그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그들 모두 이로 인한 아픔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하지 않으면 공멸 금융구조조정은 전체 금융산업이나 국가경제의 장래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개별은행이나 직원 스스로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개혁없이 현재와 같이 많은 금융부실과 낮은 생산성으로 인한 적자경영을 지속하는 경우 과거 5개 부실은행 퇴출에서 보았듯이 은행 자체가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고 그럴 경우 대부분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IMF 위기는 실물부문에서 발생한 위기가 아니라 금융부문에 대한 신뢰 상실에서 비롯됐다.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공적 및 공공자금 1백1조가 투입됐다.

앞으로 20조 내지 30조가 더 투입돼야 한다.

그런데도 은행은 여전히 "64조라는 부실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투신권.종금사의 자금이 계속 이탈됨에 따라 회사채 및 CP 시장이 기능을 잃어 가고 있다.

최근 금융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금융지주회사제도"는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이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물론 금융지주회사제도의 장점도 많다.

은행간 직접통합에 따른 대규모 인원감축,이질적 문화간 마찰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범위와 규모의 경제를 통한 전문화 겸업화를 실현할 수 있는 등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각 은행의 특성과 전략에 따라 다른 방법의 구조조정도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다.

은행끼리 직접 통합,대형화하거나 특정 업무를 전문화하는 비교우위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은행이 다양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는데 그쳐야 하며 강제적인 통합이나 인원감축을 지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 미루면 낙오자될 것 노조는 외부의 인위적인 합병을 통한 금융구조조정에 반대하기 전에 내부의 자발적인 금융구조조정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노조파업을 피하기 위해 금융구조조정의 기본틀을 바꾸는 양보나 임기응변식의 정책변화를 시도해서는 안된다.

문제해결의 원칙은 국민부담 최소화 및 공평한 고통 분담이다.

실물부문에 "종속"된 금융이 아니라 실물부문을 "선도"하는 금융이 되도록 기존 부실을 조속히 처리하는 동시에 추가부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정비에 박차를 가하는 길만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유일한 대도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여건을 감안할 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

따라서 지금은 노조 은행 정부 모두 금융구조조정에 매진할 때다.

더 늦으면 영원한 낙오자가 될 수 있음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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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

<>서울대 상대.경영학사
<>Cornell대.경제학 석사
<>New York University.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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