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노갑 상임고문이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실시되는 최고위원 경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함에 따라 경선 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권 고문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측근들의 출마 권유가 많다"며 "원로, 측근, 중진, 친지들과 의논한 뒤 결정하겠으나 이들의 의견이 일치한다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해 사실상 출마를 공식화했다.

동교동계의 좌장 격으로 당내 영향력이 막강한데다 그간 경선불출마 입장을 견지해온 권 고문의 갑작스런 입장 선회는 여권 핵심의 의지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권 고문의 입장발표가 22일 청와대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진 직후에 이뤄졌다는게 이를 뒷받침한다.

여권 핵심의 구상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4-5명의 대선주자군의 경쟁을 통해 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최고위원을 실세화하는 한편 당내 입지가 확고한 권 고문으로 하여금 대선주자군을 관리토록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우선 경선 열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인제 상임고문과 노무현 지도위원 등 차세대 주자의 경선 참여가 필수적이다.

권 고문이 최근 불출마쪽으로 기운 이인제 상임고문 및 노무현 지도위원 등과 연쇄접촉을 가진 것은 이들이 불참할 경우 경선 의미가 크게 퇴색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 이들의 출마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인제 고문은 "아직 결정된게 없다"고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으나 출마쪽으로 기우는 듯한 인상이다.

이 고문이 출마할 경우 노무현 위원의 경선 참여와 함께 무소속 정몽준 의원의 입당도 상정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말 그대로 전당대회는 소룡(차세대 주자)들의 불꽃튀는 경연장으로 변모할 개연성이 높다.

차기를 겨냥, 유리한 당내 입지 구축을 위한 득표경쟁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후보군들간의 합종연횡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권 고문은 경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당 대표를 맡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굳건한 당내 입지를 토대로 당내 세가 약한 차세대 주자들의 행보의 수위를 조절하는 역할에 치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