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촬영장 한켠에 서있는 키 훤칠한 미모의 여성을 두고 다들 수근대기 시작했다.
"어 누구지,신인 연기잔가. 명단에는 안나와 있는데?"
한참후에야 그가 5월부터 SBS "한밤의 TV연예"에 새 MC로 투입된 정지영 아나운서(25)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프로그램을 맡은 후 2개월여동안 그는 발로뛰는 MC로 연예가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정 아나운서는 MC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자신만의 코너를 위해 직접 영화촬영 현장을 누빈다.
그는 "남이 취재해오는 소식만을 전달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직접 연예인을 만나 취재를 해보니 재미있기도 하지만 MC로서 취재를 하는 거라 부담도 그만큼 크다"고 말한다.
라디오를 통해 정지영 아나운서를 알게된 청취자들은 TV에서 그의 변신(?)을 접한 후 대부분 화들짝 놀랐다고 한다.
SBS FM의 새벽프로그램 "스위트 뮤직박스"에서의 촉촉한 목소리와 차분한 진행은 아줌마이겠거니 하는 상상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한밤..."에서의 이미지는 전혀 딴판.
화려한 의상과 한옥타브 높은 목소리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모습에서 라디오에서의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라디오에서는 가장 편안한 분위기속에서 진행을 하다보니 진짜 아줌마인줄 아는 청취자가 많다"며 웃는다.
"연예프로그램에서는 최대한 연예가의 분위기를 살리려고 노력한다"며 "의상도 조금 파격적으로 고르는데 어땠어요"라며 되묻기까지 한다.
능숙하게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그가 이제 겨우 입사 3년차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너무 능청스럽게 진행을 하다보니 오히려 얄밉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듣는다.
아나운서들의 경쟁을 그린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에서 초년시절부터 주위의 시선을 끄는 "허영미"쪽에 가깝다고 느낌을 말하자 정색을 한다.
"아나운서도 여러가지 색깔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침에는 시청자가 눈을 뜨자마자 처음보는 얼굴이라는 생각으로 방송을 하고 낮에는 최대한 가볍고 경쾌하게,그리고 심야에는 포근하게 다가가는 아나운서가 되고싶어요"
그의 방송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아무리 늦게 귀가하더라도 모니터링은 절대 빠뜨리지 않는다.
"스위트 뮤직박스"로 오는 2백여통의 편지도 일일이 다 읽고 방송에 들어간다.
가장 혹독한 모니터는 부산에 계신 어머니.
"어머니는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전화를 해 시선이 이상했다거나 고개가 빨리 돌아가지 않았다는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촌평을 해주세요"
운동에 영 소질이 없어 재즈댄스를 배웠는데 바빠서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아직까지 갖지 못했단다.
그는 "다행히 "한밤"을 맡고나서는 평소 보고싶었던 영화는 남들보다 빨리 볼 수있는 영광(?)를 누리고 있다"며 최근 개봉작을 손으로 꼽기까지 한다.
"아나운서가 되기전에는 메인앵커가 목표였는데 방송일을 할수록 다양한 경험을 먼저 쌓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께요"
<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