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교류문제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성사가능성이 높은 분야중 하나이다.

통일부는 정상회담을 위한 수차례 접촉에서 이 부분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줄기차게 요구했왔고 김대중 대통령도 정상회담과 확대회담에서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김 대통령은 14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등과 공식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이산가족의 상봉이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당국자간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며 "이번 방문에서 이산가족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이 모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전날 만찬에서도 "노령으로 세상을 뜨고 있는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주도록 그들의 상봉이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며 이 문제를 평화정착,당국자간 대화와 함께 3대 의제로 삼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생사확인,서신교환,상봉 등 단계적인 이산가족 교류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기적인 이산가족 교류를 위해 상징적으로 판문점에 면회소를 설치하는 방안과 이산가족 교류 정례화를 위한 당국간 협정을 모색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베이징 차관급회담에서 내놓았던 <>매월 1백명씩 1~2회 상봉 <>생사확인을 위한 매월 1회 3백명의 명단교환 <>매월 2회 우편물 교환 등도 다시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추석을 전후해 1백명 규모의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이 서울.평양을 상호 방문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측은 이산가족문제의 화급성을 인정하고 민족화해와 협력에 대한 원칙적인 동의를 표시하는 선에서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이날 공식면담에서 "김 대통령의 이러한 뜻에 인식을 같이하고 남북 정치지도자들이 겨레의 이같은 소원을 조속히 해결해 나가자"고 말했다.

북한측은 남한측의 이산가족 교류 요구를 경협이나 대북지원과 연계시켜 최대한 "당근"을 따낼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이후 이뤄질 남북 당국자간 대화에서도 이산가족 문제는 경협과 함께 다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한측은 남한에 70세 이상의 고령 이산가족이 26만명에 불과하고 그들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고 있어,조속한 시일내에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뒷받침 하듯 북한은 최근 실향민 기업들의 북한투자를 통해 이산가족 교류를 추진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왔다.

이번 방북에 장치혁 전경련 남북경협위원회 위원장,강성모 린나이코리아 회장,백낙환 인제학원 이사장등 이산가족 기업인이 동행한 것도 이러한 "경협-이산가족 상봉" 연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정부는 이산가족과 경협을 연계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나 두가지 사안이 함께 논의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경협을 댓가로 민간차원의 이산가족 교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알려진뒤 이산가족찾기 신청건수는 5월중 8백1건으로 지난해 5월에 비해 14.8배 증가했다.

제3국을 통한 방문건수는 올들어 5월까지 67건으로 3년연속 1백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정부들어 북한 친척에 대한 외화송금을 허락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편 결과다.

이산가족들은 생사확인에 평균 2천달러,서신교환에 3천달러,상봉에 5천7백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왔다.

그러나 이들 비용중 중개수수료가 과다포함된 점을 감안해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같은 비용을 줄이면서 상봉을 늘리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이나 금강산 관광지에 면회소를 설치해 적은 비용으로 생사확인등을 해나가자는 것이다.

북한도 생사확인 등 체제통제가 가능한 수준에서 제한적인 교류를 허용하거나 소규모의 교환방문단을 정례적으로 보내는 방안을 "선물"로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쨋든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교류문제는 이해의 폭을 넓히고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는등 가장 성과를 거둔 분야이다.

향후 과제는 이같은 논의들이 현실로 이뤄지도록 지속적인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아태평화재단 김근식 연구위원은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북한은 정치적 문제,남한은 인도적 차원에서 각각 접근하고 있으므로 타협점을 모색하기 위한 꾸준한 대화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