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후지모리(61) 현 페루대통령이 28일 실시된 대선 결선투표에서 75%이상을 득표, 임기 5년의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

후지모리 대통령은 선거부정 의혹과 결선연기 요청이 기각된데 항의, 야당인 ''페루의 가능성''당의 알레한드로 톨레도(54) 후보가 결선에 불참함으로써 일찌감치 3선 연임을 확정지었다.

후지모리는 3선 연임에 성공함으로써 집권기반을 굳히면서 지금까지 추진해 온 긴축기조의 자유시장 경제정책을 더욱 밀어붙이는 힘을 일단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페루 선관위가 선거부정 의혹에 따른 톨레도의 결선 보이콧과 국제선거감시단의 철수, 미국의 제재압력, 유권자들의 반정부 항의시위 등을 무시한 채 결선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후지모리정권의 도덕성과 정통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것이 확실시 된다.

더구나 결선에 불참한 톨레도 후보가 이미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을 선언한데다 이번 결선에 대한 국내외 비난여론의 고조로 후지모리대통령은 집권 이후 최악의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위헌소송을 무릅쓰고 대선에 출마, 대권을 다시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경제.외교.치안 등 대내외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후한 점수를 얻었기 때문이다.

10년전 집권초기만 해도 페루의 인플레는 연간 5천%에 이를 정도로 파탄지경이었으나 과감한 민영화 및 시장개방, 긴축기조의 경제정책을 취하면서 페루 경제를 점차 안정궤도에 올려놓았다.

<> 후지모리는 누구인가 = 일본인 이민 2세로 대학총장을 역임한 학자출신.전국대학총장연합회 회장으로 피선된 것을 계기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지난 90년 ''캄비오 90(개혁 90)''이라는 신당을 급조한 뒤 같은 해 실시된 대선에서 여당후보인 페루의 저명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를 근소한 표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첫번째 임기 중반이던 지난 92년 정정불안이 심각해지자 군부의 지지아래 친위쿠데타를 일으키는 등 철권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집권 이전부터 일본과 한국식 정치모델에 관심을 가졌으며 특히 박정희 전대통령시절의 경제개발계획에 관해 한국정부에 자문까지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4남매를 두고 있으며 열렬한 축구팬이기도 하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