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도 움직이는 거야!"

예술의 "무대탈출"이 줄을 잇고 있다.

음악 미술 무용 연극 등 공연장이나 갤러리에서 뒷짐을 지고 있던 예술이 속속 담장을 넘어 시내 한복판이나 지하철역 같은 일상의 공간으로 파고들고 있다.

"문화의 세기"니 "새로운 예술"이니 하는 거창한 타이틀은 사실 새삼스럽다.

외국에선 오래전부터 별 대단한 이름을 내걸지 않고도 거리에서 춤추며 노래하고 바이올린을 켜는 모습이 흔한 풍경이니까.

지난해 11월 중순엔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 로비,방배동 바른손센터 계단참,장충공원 수표교,예장동 서울애니메이션 센터 1층홀에서 점심시간을 틈타 이색 춤판이 벌어졌다.

창무예술단의 "춤과 건축과의 만남"시리즈.건조한 사무공간은 현대무용수들과 발레리나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아름다운 예술무대로 변했고 매공연마다 5백여명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

지난 19일 막올린 "지하철 예술무대(Subway Theater)"도 화제다.

서울시 지하철공사 주관으로 1~4호선 10개 지하철역(시청 종로3가 충무로 동대문운동장 건대입구 잠실 사당 경복궁 을지로입구)을 "열린 문화마당"으로 활용하는 기획이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을 중심으로 상설공연과 달마다 주제를 달리하는 기획공연이 1년내내 마련된다.

레퍼토리는 음악 무용 연극 마임 퍼포먼스를 망라한다.

그동안 역사에 사진이나 미술작품을 전시하거나 몇개역에서 이벤트성 공연을 열었던 경험을 살려 지하철역을 본격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

전문 예술인들과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지하철 예술인"들이 고루 나와 도시의 삭막함속에 문화의 향기를 불어넣는다.

20일 오후 1시30분 3호선 경복궁역에서 열린 "지하철 예술무대 제1탄"은 현대무용으로 꾸며졌다.

댄스컴퍼니 조박 컴퍼니의 "가방을 든 사람들"(안무 조성주)과 창무회의 "단하나뿐인"(안무 김지영).경복궁역 로비를 꽉꽉 채운 관객들은 무용수들의 동작이 끝날때마다 뜨거운 갈채를 보냈다.

조박의 조성주(35)대표는 "평소 극장이 아닌 열린 무대에 관심이 많았지만 조명이나 무대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작품 구성에 고심했다"며 "관객들이 경복궁역 로비가 꽉 찰만큼 모여들어 편안하게 어울리는 모습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지하철 예술무대"를 기획한 공연기획사 이일공의 우 연 팀장은 "지난 연말 열었던 을지로 입구의 시험공연이 기대이상의 반응을 얻었다"며 "아마추어 문화예술인들의 데뷔무대이자 전문 문화예술인들의 새로운 실험무대로 호응이 높다"고 귀띰했다.

아마추어 지하철 예술인 신청접수는 2개월 단위로 연중 계속된다.

(02-520-5021,7665-210)

젊음의 거리 명동을 모차르트 선율로 채울 "캐주얼 클래식"도 같은 맥락이다.

27일 오후5시 명동 유튜존 광장에서 열리는 이 무대는 제목마따나 연주복 대신 편안한 차림을 한 연주자들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펼치는 편안한 콘서트다.

소프라노 김지현,소프라노 유미숙,플루티스트 이주희,테너 강무림 서울 로얄심포니(이종기 지휘)단원 40여명이 함께 한다.

레퍼토리는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서곡""플루트 협주곡 D장조",그리그 "솔베이지의 노래"등.

관람료는 물론 없다.

기획자인 김지현씨(35.명지전문대 교수)는 "많은 연주자들이 기꺼이 동참해주고 있다"며 "한달에 한번씩 캐주얼 콘서트를 열 예정"이라고 했다.

형식을 과감히 깨고 "어디로든" 찾아가는 예술의 새모습은 문화계 안팎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