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부실을 조속히 청소해 금융시장에 깔린 먹구름을 걷어내야 한다"

최근 경제불안에 대한 주한 외국계 전문가들의 처방이다.

제임스 루니 전 템플턴 투자신탁운용 사장은 "한국 금융기관의 안정이 급선무"라며 "금융부분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신뢰성에도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외국계 은행 지점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은행 대형화가 처방이 될수 있다"며 "특히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한빛 조흥 외환은행의 민영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간 합병문제는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게 외국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루니 사장은 은행간 M&A가 능사는 아니라며 두개의 부실 금융기관을 합병해 봐야 시너지(연쇄상승)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빌 헌세이커 ING베어링증권 조사담당 이사도 "우량은행과 공적자금을 투입한 부실 은행을 합병시킬 경우 과연 시너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 외은 지점장도 "한국에선 미국처럼 은행간 합병을 통한 광범위한 경비절감이나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재정경제부나 금융감독위원회가 합병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보다는 은행장들이 합병에 대한 확신을 갖고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적자금 투입문제와 관련, 루니 사장은 "30조원의 추가 공적자금은 충분치 않으며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공적자금의 규모보다는 쓰임새가 중요하다"며 "공적자금을 투입해 대증처방에 그친다면 막대한 국민세금만 날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적자금 투입을 계기로 금융기관들의 경영 및 대출관행 등 금융부실의 근본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는게 그의 견해다.

외국 금융기관의 전문가들은 "한국에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낮다"며 위기 재발론을 일축했다.

빌 헌세이커 이사는 "지난 97년 외환위기는 한국기업의 대규모 부채와 경쟁력 약화로 발생했지만 이젠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진 상태"라며 "한국경제가 제2의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루니 사장은 "한국경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성장의 진통(growing pains)을 겪고 있다"며 "지금의 고통은 안주를 벗어나 오히려 변화를 촉구하는 약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폴 맥고너글 뱅크원 한국지사장은 "한국경제가 위기의 후유증을 떨쳐버리고 안정성장 궤도에 안착하느냐, 아니면 남미국가들처럼 추락하느냐가 판가름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지난 97년 겪었던 금융위기 경험을 바탕으로 당면한 어려움을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