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65) 제1부 : 1997년 가을 <6> '슬픈연정'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글 : 홍상화
"진형께선 김명희를 진정으로 사랑하십니까?"
백인홍이 진성구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진형이라면 나를 의미합니까? 내 동생을 의미합니까? 내 동생이라면 내가 답할 문제가 아니니 직접 물어보시죠"
"동생이 아니라 바로 진형을 의미합니다"
백인홍이 턱으로 진성구를 가리켰다.
진성구는 기가 차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말씀해주십시오.김명희가 노리갯감이 되는 것을 싫어할 뿐입니다"
백인홍이 차분하게 말했다.
"그럼,백형이 내 물음에 먼저 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내가 김명희와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뭡니까?"
"권혁배 의원한테 들었습니다"
"무슨 얘기를요?"
"진형이 권 의원에게 김명희의 동생 부탁을 했다는 얘기요"
그때서야 진성구의 머리에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지난주 이혜정의 부탁으로 데모를 하다가 서울 시경에 붙잡혀들어간 김명희 동생을 풀려나오게 해달라고 권 의원에게 도움을 청한 사실이 상기되었다.
이혜정과 함께 김명희 동생 때문에 서울 시경에 가게 된 경위를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려고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있는데 백인홍이 아래로 시선을 보낸 채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김명희를 다시 차지하려고 이러는 게 아닙니다.
지난 7년 동안 한 번도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습니다.
진정 그녀를 아낀다면 진형이 김명희에게서 손을 떼라고 말할 의사는 추호도 없습니다.
단지 제가 참을 수 없는 것은 김명희라는 한 순진한 여자가 여러 남자의 노리갯감으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백형!"
진성구가 너무나 어이가 없어 입을 떼자 백인홍이 손을 저어 그의 말을 막으며 다시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사실 김명희 같은 여자는 이 세상에 다시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순진한 면에서,마음씨 착한 면에서,그리고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모면에서도요.
그런 여자를 알게 되면 어느 남자라도 갖고 싶겠지요.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포기한 지 오래됩니다.
한 가지 제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김명희가 이 남자 저 남자의 품에 안기며..노리갯감은 되지 말도록 해야겠다는 겁니다.
" 백인홍이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러냐고 궁금하시겠지요.
제가 김명희의 인생을 바꿔놓았으니까요.
제 실수였지요.
그냥 두었다면 동화 속 같은 세상에서 평범하게 착한 인생을 살았을 여자입니다.
그러니 김명희가 타락하는 것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입니다"
진성구가 갖고 있던 백인홍에 대한 선입관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취기 속에서도 백인홍이 진심을 털어놓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강인한 체격과 성격을 준 대가로 신은 백인홍에게 연약한 심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형,피할 수 없는 저의 운명은 이겁니다.
김명희를 노리갯감으로 삼는 자는 누구라도 내 손으로 파멸시키겠다는 겁니다"
백인홍이 두 손을 벌려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진형께선 김명희를 진정으로 사랑하십니까?"
백인홍이 진성구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진형이라면 나를 의미합니까? 내 동생을 의미합니까? 내 동생이라면 내가 답할 문제가 아니니 직접 물어보시죠"
"동생이 아니라 바로 진형을 의미합니다"
백인홍이 턱으로 진성구를 가리켰다.
진성구는 기가 차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말씀해주십시오.김명희가 노리갯감이 되는 것을 싫어할 뿐입니다"
백인홍이 차분하게 말했다.
"그럼,백형이 내 물음에 먼저 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내가 김명희와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뭡니까?"
"권혁배 의원한테 들었습니다"
"무슨 얘기를요?"
"진형이 권 의원에게 김명희의 동생 부탁을 했다는 얘기요"
그때서야 진성구의 머리에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지난주 이혜정의 부탁으로 데모를 하다가 서울 시경에 붙잡혀들어간 김명희 동생을 풀려나오게 해달라고 권 의원에게 도움을 청한 사실이 상기되었다.
이혜정과 함께 김명희 동생 때문에 서울 시경에 가게 된 경위를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려고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있는데 백인홍이 아래로 시선을 보낸 채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김명희를 다시 차지하려고 이러는 게 아닙니다.
지난 7년 동안 한 번도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습니다.
진정 그녀를 아낀다면 진형이 김명희에게서 손을 떼라고 말할 의사는 추호도 없습니다.
단지 제가 참을 수 없는 것은 김명희라는 한 순진한 여자가 여러 남자의 노리갯감으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백형!"
진성구가 너무나 어이가 없어 입을 떼자 백인홍이 손을 저어 그의 말을 막으며 다시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사실 김명희 같은 여자는 이 세상에 다시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순진한 면에서,마음씨 착한 면에서,그리고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모면에서도요.
그런 여자를 알게 되면 어느 남자라도 갖고 싶겠지요.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포기한 지 오래됩니다.
한 가지 제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김명희가 이 남자 저 남자의 품에 안기며..노리갯감은 되지 말도록 해야겠다는 겁니다.
" 백인홍이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러냐고 궁금하시겠지요.
제가 김명희의 인생을 바꿔놓았으니까요.
제 실수였지요.
그냥 두었다면 동화 속 같은 세상에서 평범하게 착한 인생을 살았을 여자입니다.
그러니 김명희가 타락하는 것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입니다"
진성구가 갖고 있던 백인홍에 대한 선입관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취기 속에서도 백인홍이 진심을 털어놓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강인한 체격과 성격을 준 대가로 신은 백인홍에게 연약한 심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형,피할 수 없는 저의 운명은 이겁니다.
김명희를 노리갯감으로 삼는 자는 누구라도 내 손으로 파멸시키겠다는 겁니다"
백인홍이 두 손을 벌려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