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들은 아직 성장성을 뒷받침할 만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증권거래소와 증권업협회가 16,17일 연달아 내놓은 "상장.등록기업 1.4분기 사업보고서"상의 실적지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

먼저 부채비율은 코스닥기업이 거래소보다 훨씬 낮다.

지난해말부터 주가 강세를 구름판 삼아 코스닥 기업들의 증자 러시가 이어지며 값싼 자금을 대거 유치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벤처기업의 경우 부채비율은 단지 72.7%에 불과하다.

매출액 순이익율도 겉모습은 코스닥의 벤처기업들이 더 나아 보인다.

1천원 어치를 팔아서 1백63원을 남긴 것으로 계산됐다.

반면 거래소 기업들은 1백29원에 그쳤다.

속내는 많이 다르다.

벤처기업의 순이익에는 씨티아이반도체라는 변수가 있다.

이 회사는 정리계획안 인가로 채무면제이익이 생겨 1천5백2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거래소에도 유사 사례가 있다.

(주)대우가 채무면제로 9조1백27억원의 순이익을 남긴 것이다.

수치의 왜곡을 잡기 위해 두 회사를 제외하면 코스닥 벤처기업 순이익율(6.5%)은 거래소(6.6%)보다 낮아진다.

코스닥 일반기업의 순이익율은 4.9%에 불과하다.

따라서 "코스닥 기업은 내부 유보가 많기 때문에 순이익율이 높다"는 기존 통념이 뒤집히는 셈이다.

코스닥 기업의 실적지표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또다른 부문은 영업이익율.

지난해 대비 1.4분기 영업이익율은 벤처의 경우 0.9% 포인트,일반은 0.8% 포인트 각각 낮아졌다.

영업이익 증가율은 매출증가율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물건이 많이 팔리면 영업이익도 커진다.

따라서 영업이익율이 줄었다는 것은 판매가 대폭 개선되지 못했음을 알려준다.

올해 사업 본격화와 수익모델 개발로 실적이 크게 호전될 것이라는 벤처기업들의 주장과는 거리가 있는 현상이다.

물론 개별 기업별로는 실적이 대폭 호전된 곳들도 많다.

통상 벤처기업 성공 확률은 5% 안팎으로 계산된다.

이번 1.4분기 실적 공개를 통해 성장성과 실적을 갖춘 업체와 그렇지 못한 곳이 분명히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에따라 실적호전 여부가 주가 결정의 잣대가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박기호 기자 khpar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