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황제""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그는 사실 흥행 작품과 달리 정치색 짙은 영화를 만들어 온 감독이다.

청년시절 마르크시스트였던 그는 60~70년대 마르크시즘 파시즘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역사현장에서 정치와 역사 사회를 얘기하는 작품을 주로 다뤘다.

13일 개봉하는 "하나의 선택"( Besieged )은 90년대들어 미학에 빠져든 베르톨루치 감독의 취향을 엿보게 하는 작품이다.

두 남녀의 "불륜"에 관한 이야기지만 식상하거나 거부스럽지 않게 인간의 감성에 충실한 "순수한 사랑"을 느끼게 해준다.

아프리카 여인인 샨두레이(탠디 뉴턴)는 반정부투사인 남편이 붙잡혀간 뒤 로마에서 외로운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낮에는 피아노에 파묻혀 사는 킨스키(데이비드 튤리스)의 가정부로,밤에는 대학에서 의학공부를 하면서 남편의 석방소식을 애타게 기다린다.

샨두레이를 흠모하는 킨스키는 간절한 사랑고백이 거절당하자 그녀의 아픈 과거를 보상해 주기 위해 자신의 그림과 조각들을 모두 팔아버린다.

그러면서 그는 그녀의 아픔까지 사랑하려는 마음을 피아노 음악에 담아 끊임없이 띄운다.

영화는 두 남녀의 은밀한 사랑의 교감을 "절제의 미학"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불필요한 대사를 최대한 줄이고 피아노 선율에 영상을 실어 애절한 사랑을 우회와 암시로 그리고 있다.

서로 무심한 듯 행동하면서도 상대방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 쓰는 두 남녀의 애틋한 감정이 영상에 잘 담겨있다.

베르톨루치의 노련미가 돋보이는 영화다.

이성구 기자 sklee@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