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달아 발표되고 있는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들을 보노라면 그저 경이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업률이 지난 70년 1월 이후 30년만의 최저치인 3.9%를 기록했다는 지난주 미 노동부의 발표도 그렇지만 1/4분기 경제성장률이 5.4%(잠정치)를 기록한 것이나 생산성이 2.4% 증가세로 나타나는 등 성장과 실업 물가의 3대 지표가 모두 신기록을 경신중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정도는 비슷한 현상이 전개되고 있다.

1/4분기 성장률이 12%를 넘고 있다는 얘기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물가가 4월중에 0.3%의 하락세로 나타난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식 신경제가 진행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들이라 할 것이다.

이헌재 장관 등 고위 당국자들이 신경제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는 것도 그런 기대감의 표현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같은 외형상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정책 기조는 사뭇 다른 방향을 지향하고 있어 이는 주목할 대목이다.

미국은 오는 16일 6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할 전망이고 본격적인 재정긴축 방침을 선언하는 등 우리와는 매우 다른 정책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최근 청문회에서도 금리인상 조치가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고 서머스 재무장관 또한 "세금감면보다는 정부 빚을 갚겠다"고 밝히는 등 통화와 재정 양부문의 긴축기조를 다지고 있다.

문제는 미국과 달리 우리에게는 정책선택의 여지가 매우 제한되어 있는 점이라 하겠다.

다급한 투신사 부실 처리도 그렇거니와 증권시장의 안정, 그리고 성장 초기단계에 있는 벤처업계를 생각하더라도 경제정책을 매우 느슨하게 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여건이라면 여건이다.

당국으로서는 정책의 미조정 외엔 수단이 없다고 하겠지만 주어진 조건 하에서나마 다양한 정책조합을 개발하는 등 지금의 성장기조가 지속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혜를 모아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