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하기가 이루말할수 없는 공돌이"

"두꺼운 안경을 걸친 공부벌레"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번져 있는 정보기술(IT) 분야 종사자들의 이미지다.

요즘 잘나가는 첨단기술산업인력을 지칭하는 "테키"(techie)들은 이렇게 공부밖에 모르는 지루한 성격에 호감안가는 외모를 가진 것으로 비춰지는 게 일반적이다.

로드아일랜드의 한 연구소는 이러한 이미지 때문에 미국의 신세대들은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출세가 보장된다해도 IT분야에 발을 들여놓기를 상당히 꺼려한다는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요즘 젊은이들은 컴퓨터를 갖고 놀기는 좋아해도 직접 만들거나 수리하는 일은 싫어한다"

이 보고서는 미국 청년층의 "IT회피현상"을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미국 IT업계는 전문인력은 턱없이 모자라는데 산업규모는 나날히 커져 내년에는 85만여명의 인력 부족이 예상되는 형편이다.

해외이민자확대에 강력하게 반대해온 대표격인 라마르 스미스 공화당의원이 최근 외국의 IT전문인력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쪽으로 돌아설 정도로 심각하다.

미국 정부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최근 대대적인 "테키들의 이미지 개선작업"에 나서기 시작했다.

미국 상무부가 전국제조업자협회(NAM)과 공동으로 1백만달러를 투자해 오는 10월께 개시하는 호화로운 광고캠페인은 그 야심찬 계획의 일부다.

유명 스타들과 전문기술팀을 동원해 테키들을 그럴싸하게 묘사한 광고를 만든 다음,TV 잡지 등에 내보내 젊은층의 시선을 끈다는 전략이다.

상무부는 이미 올해초 10대를 타깃으로 하는 TV채널에 젊은 스타들이 나와 "수학과 과학이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가"를 깜찍하게 설명하는 광고를 방영했었다.

기업차원에서도 "이미지 바꾸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 예로 넷플라이언스라는 인터넷서비스업체는 올해 미식축구경기시즌에 관능적인 모델들이 모두 테이프로 붙인 안경을 쓰고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TV광고를 내보냈다.

일부 기업들은 학교에 컴퓨터프로그래머를 비롯한 IT전문가들을 보내 "첨단산업에 종사하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에 대해 학생들을 설득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렇게 민.관 할 것 없이 IT이미지개선에 열을 올리다보니 미국에는 "테키들의 날"이라는 새로운 공휴일도 생겼다.

지난해 가을 미국의 IT관련정보제공업체인 CNET 등이 주축이 돼 10월3일을 테키들의 날로 정했다.

이날 IT업계의 굵직굵직한 인사들은 테키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담화의 시간을 가졌다.

고성연 기자 amazing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