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을 둘러싼 정부 및 재계간 갈등의 불씨가 정치권으로 튀었다.

민주당은 23일 재벌개혁에 대한 "재계 반발"의 의미를 축소 해석하는 한편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개혁프로그램이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반면 야당은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간섭은 자제돼야 한다며 재계 편들기에 나섰다.

<> 민주당 =현대 삼성 LG SK 등 4대 그룹에 대한 주식이동 조사를 둘러싼 정부와 재계의 대립양상이 과장됐다고 보고 정부의 재벌개혁이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황제경영", "문어발식 확장" 등 재벌의 부정적 이미지 개선이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것이다.

또 출자총액제한 등 2단계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 당정협조체제를 강화한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이해찬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본적으로 정부의 재벌개혁 프로그램은 흔들림 없이 꾸준히 지속돼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벌 스스로도 2년동안 지속적인 개혁으로 수익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 한나라당.자민련 =한나라당은 이날 재벌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법과 제도"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와 재벌간의 뚜렷한 쟁점없는 "기세싸움"은 국민경제에 결코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시각의 반영이다.

특히 "대기업 구조조정본부"를 둘러싸고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대입장을 보이는 것은 정부가 재벌개혁을 빌미로 "재벌 기강잡기"내지 "재벌줄세우기"를 획책하는 반증이 아니냐며 의혹도 제기했다.

이와관련, 정창화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개별기업의 구체적 개혁내용까지 간섭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고,이한구 정책실장은 "30대그룹 지정제도는 상위 4개 재벌을 제외하고 나머지 그룹에는 지나친 규제로 작용해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된 외국기업과 비교할 때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민련 역시 "재벌개혁은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무리한 방식을 통한 개혁은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규양 부대변인)이라며 재계의 반발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했다.

김병일.김미리 기자 khb@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