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추가조성은 없다"던 정부입장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기회있을 때마다 "회수해서 쓰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오던 정부가 잇달아 추가 공적자금 조성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여론의 추이를 떠보고 있고,금융권에서는 공적자금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산정작업에 들어 갔다고 한다.

우리는 공적자금 추가조성 문제에 대한 일련의 움직임과 관련해 몇가지 원칙적인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공적자금 추가조성은 무작정 미루기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총선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공적자금의 추가조성 필요성을 부인해 왔으나 금융구조조정을 위해선 추가조성이 불가피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당장 22일로 다가온 나라종금 예금대지급 3조4천억원도 못내줄 형편이고 금융부실을 처리하기 위해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적자금의 추가조성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한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공적자금 투입규모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다.

공적자금은 IMF 기준으로 국가채무든 아니든 국민들에게 그 부담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모든 부실을 공적자금으로만 털어내려는 자세는 시급히 시정돼야 한다.

부실책임이 있는 금융기관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당연하고 공적자금 투입대상도 엄선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한생명의 경우 경제력 집중을 이유로 대기업에 의한 인수가 배제돼 약 3조원의 공적자금이 사용되게 됐다.

일부에서는 대기업 인수를 허용했더라면 훨씬 작은 규모의 공적자금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국민투신을 현대가 인수케 해 공적자금 부담을 덜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설득력있는 지적이다.

두번째 전제조건은 공적자금 추가조성과 사용은 분명한 원칙에 입각해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까다로운 국회동의 절차를 피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채를 발행하거나 한국은행 자금투입을 거론하고 있으나 이는 재고돼야 한다.

아울러 64조원의 공적자금에 포함되지 않은 국책은행에 대한 현물출자 같은 편법도 지양해야 한다.

국가부채 문제는 지난 총선과정에서 이미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는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어느정도의 공적자금 추가투입이 필요한지를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혀 이해를 구해야 한다.

재정건전화 계획과 함께 국회동의도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