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사회"인 온라인머드게임에서 마음에 드는 상대와 결혼,부부로 지내는 커플이 늘어나고 있는 것.
물론 네티즌들이 실제로 결혼하는 것은 아니다.
네티즌들의 분신인 아바타들이 인터넷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사이버 공간에서만 부부로 활동하는 것이다.
"아바타" (Avatar) 란 분신 또는 화신이란 의미를 가진 단어로 가상사회(Virtual Community)에서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뜻한다.
사이버공간에서의 "또다른 나"인 셈이다.
<> "사이버상에서 짝짓기" 인기 ="리니지""바람의 나라""어둠의 전설"등 온라인 머드게임에는 수십만쌍의 부부가 활동중이다.
온라인 머드게임은 가상 사회에서 자신을 대신한 캐릭터가 생활하면서 게임을 진행해 나간다.
캐릭터를 내세우지만 게임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자신이 가상사회에서 살아가는 것과 같다.
사이버 커플은 가상사회에서 짝을 이뤄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
"바람의 나라"에서는 아이를 입양해 가정을 이룰 수도 있다.
현재 "바람의 나라"와 "어둠의 전설"에는 10만쌍,"리니지"에는 5천쌍의 부부가 존재한다.
"바람의 나라"와 "어둠의 전설"의 경우 사이버 결혼이 유행하자 아예 결혼제도를 만들었다.
이들 게임은 처음 시작할 때 자신의 아바타의 이름,성별 및 생김새 등을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결정된 성별에 따라 남자 캐릭터와 여자 캐릭터가 함께 결혼식장에 가서 절차에 따라 혼례를 치르면 결혼이 성사된다.
결혼을 한 부부들은 "사랑의 호출기"라는 게 주어진다(바람의 나라).
호출기를 지니고 있으면 상대방이 어디에 있건 바로 자기 앞으로 불러올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언제든지 함께 만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부부가 되면 키스나 포옹도 할 수 있다(어둠의 전설).
키스할 때마다 체력이 비축돼 게임할 때 유리하다.
부부로 생활하다 성격이 맞지 않으면 갈라설 수도 있다.
성인 사용자가 많은 어둠의 전설의 경우 하루에 30쌍 정도가 결혼하고 1쌍 정도가 이혼한다고 한다.
결혼할 때 서로 주고받는 선물(게임도구)을 노리는 "정략결혼"도 비일비재하다.
<> 사이버 부부에서 실제 부부로 =지난 15일 결혼식을 올린 왕종귀(29.회사원)씨와 이은정(24.회사원)씨는 "사이버 부부" 출신이다.
두사람은 지난해 10월 "어둠의 전설"에서 처음 만나 특별한 감정을 키워나가던 중 게임내 가상 마을에 있는 교회에서 사이버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거의 날마다 게임안에서 6~7시간 함께 데이트를 즐긴 이들은 지난해말 왕종귀씨의 청혼으로 실제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
이은정씨는 "일때문에 직접 얼굴을 보지 못하더라도 게임에서 자주 만날 수 있어서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며 "데이트도 주로 게임방에서 했기 때문에 비용도 절약되고 공통된 화제가 많아 빨리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왕종귀 이은정씨 커플처럼 사이버 부부가 실제 부부로 발전된 경우가 10여쌍에 이른다.
"바람의 나라"를 운영하는 넥슨의 이재교 팀장은 "네티즌들은 대부분 아바타를 자신의 실제 모습과 비슷하게 만든다"며 "사이버상에서 항상 붙어다니다 보면 정들게 마련이기 때문에 오프라인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 가상 사회의 매력 ="리니지"를 운영하는 바람소프트의 정장한 팀장은 "많은 사람들이 가상사회에 빠져드는 것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들을 사이버 세상에서는 비교적 쉽게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에게 동화돼 "대리 만족"을 체험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가상사회에서는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 키워가기 때문에 이런 효과는 더욱 크다는 것이다.
사이버 결혼이 횡행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실사회에서는 학벌 지위 경제력 집안 외모 등을 따지지만 사이버 세상에서는 게임을 열심히 해서 레벨을 높이면 쉽게 존경받는 위치로 갈 수 있다.
이재교 팀장은 "현실세상에서 많은 커플들이 갖가지 이유로 갈라서는 반면 가상공간에서는 뜻만 통하면 서로 쉽게 결실을 볼 수 있는 것도 사이버 결혼이 인기를 끄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송태형 기자 toughlb@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