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36) 제1부 : 1997년 가을 <3> '흔들리는 노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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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다음날 아침 10시경 황무석은 권혁배 의원이 소장으로 있는 사회노동문제연구소에서 주관하는 노동자 시낭송회가 열리고 있는 노총회관 정문 앞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사회노동문제연구소에 소속되어 있는 최형식은 눈에 띄지 않았다.
연구소에 연락한 결과 최형식이 이곳에 있을 거라고 하여 급히 왔는데 아직 현장에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먼 조카 뻘 되는 최형식이 얼마전 취직을 부탁하러 자기를 찾아왔을 때 진성호에게 부탁하여 연구소에 취직을 시켜준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황무석은 생각했다.
대해실업에 자리를 마련할 수 없었던 것은 그의 전력 때문이었고,노동문제연구소에 취직을 부탁한 것도 또한 그의 전력 때문이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그의 전력은 노동 투쟁가로서 법망을 피해 지하생활을 하거나 감옥에서 보낸 것이었다.
대해실업에서 매달 연구소 운영비의 큰 부분을 지원받는 처지에 진성호를 통해 부탁한 최형식의 취직을 권 의원도 거절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시낭송회의 시작 시간이 거의 되었는데 최형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혹시 스케줄이 변경되어 이곳에 오지 않기로 되어 있는지,혹은 이미 시낭송회장내 어느 곳에 있을지도 몰라 황무석은 연구소에서 파견된 안내원에게로 갔다.
"최형식씨는 아직 도착 안했지요?"
"의원님과 같이 오실 거예요.
시간이 되었으니 곧 올 겁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십시오"
안내원이 공손하게 말해주었다.
황무석은 정문 옆에 서서 기다리기로 했다.
오늘 최형식을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만나 부탁할 일이 있었다.
이정숙의 약점을 잡아 이정숙의 입을 봉하기로 한 것이 어제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이정숙이 고정 게스트로 나가는 텔레비전 프로의 사회자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소문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다는 말과 같이 사실일 것이고,그러한 사실을 증거로 잡으면 이정숙의 험한 입이 아무리 제멋대로 놀아난다 해도 별수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형식이 이정숙의 뒤를 캐는 데는 최고의 적임자였다.
황무석은 시낭송회장 입구 근처에 서서 그곳에 도착한 정치인들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시낭송회장 입구에 마련된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그 옆에 설치한 모금함 앞으로 다가가 속주머니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내 그곳에 집어넣었다.
봉투의 두께가 그들이 속한 선거구의 노동자 수와 비례하리라는 생각이 들어 황무석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필시 그들은 어제쯤,노동문제에 도움을 주겠다는 미끼를 걸고 보좌관을 보내 선거구에 있는 기업인들한테 돈을 뜯어내었을 것이 뻔하고 그 중 상당한 금액이 자신들의 주머니에 슬쩍 들어갔음도 어렵지 않게 상상되었다.
그때 그곳에 축하객을 내려놓는 번지르르한 차들과는 달리,차 문 밑이 좀 삭아 군데군데 벌겋게 쇠녹을 드러내고 있는 고물차가 도착했다.
황무석은 그곳에 시선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10시경 황무석은 권혁배 의원이 소장으로 있는 사회노동문제연구소에서 주관하는 노동자 시낭송회가 열리고 있는 노총회관 정문 앞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사회노동문제연구소에 소속되어 있는 최형식은 눈에 띄지 않았다.
연구소에 연락한 결과 최형식이 이곳에 있을 거라고 하여 급히 왔는데 아직 현장에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먼 조카 뻘 되는 최형식이 얼마전 취직을 부탁하러 자기를 찾아왔을 때 진성호에게 부탁하여 연구소에 취직을 시켜준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황무석은 생각했다.
대해실업에 자리를 마련할 수 없었던 것은 그의 전력 때문이었고,노동문제연구소에 취직을 부탁한 것도 또한 그의 전력 때문이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그의 전력은 노동 투쟁가로서 법망을 피해 지하생활을 하거나 감옥에서 보낸 것이었다.
대해실업에서 매달 연구소 운영비의 큰 부분을 지원받는 처지에 진성호를 통해 부탁한 최형식의 취직을 권 의원도 거절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시낭송회의 시작 시간이 거의 되었는데 최형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혹시 스케줄이 변경되어 이곳에 오지 않기로 되어 있는지,혹은 이미 시낭송회장내 어느 곳에 있을지도 몰라 황무석은 연구소에서 파견된 안내원에게로 갔다.
"최형식씨는 아직 도착 안했지요?"
"의원님과 같이 오실 거예요.
시간이 되었으니 곧 올 겁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십시오"
안내원이 공손하게 말해주었다.
황무석은 정문 옆에 서서 기다리기로 했다.
오늘 최형식을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만나 부탁할 일이 있었다.
이정숙의 약점을 잡아 이정숙의 입을 봉하기로 한 것이 어제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이정숙이 고정 게스트로 나가는 텔레비전 프로의 사회자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소문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다는 말과 같이 사실일 것이고,그러한 사실을 증거로 잡으면 이정숙의 험한 입이 아무리 제멋대로 놀아난다 해도 별수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형식이 이정숙의 뒤를 캐는 데는 최고의 적임자였다.
황무석은 시낭송회장 입구 근처에 서서 그곳에 도착한 정치인들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시낭송회장 입구에 마련된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그 옆에 설치한 모금함 앞으로 다가가 속주머니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내 그곳에 집어넣었다.
봉투의 두께가 그들이 속한 선거구의 노동자 수와 비례하리라는 생각이 들어 황무석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필시 그들은 어제쯤,노동문제에 도움을 주겠다는 미끼를 걸고 보좌관을 보내 선거구에 있는 기업인들한테 돈을 뜯어내었을 것이 뻔하고 그 중 상당한 금액이 자신들의 주머니에 슬쩍 들어갔음도 어렵지 않게 상상되었다.
그때 그곳에 축하객을 내려놓는 번지르르한 차들과는 달리,차 문 밑이 좀 삭아 군데군데 벌겋게 쇠녹을 드러내고 있는 고물차가 도착했다.
황무석은 그곳에 시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