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이번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20석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창당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틈새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려는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됐고 당의 존립까지 위협받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텃밭인 충청권을 잠식당한 자민련의 위상이 급격히 약화되고, 더욱이 정치권에서 "3김청산" 바람이 거세게 불게될 경우 김종필 명예총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이에따라 자민련은 당을 이끌어온 김 명예총재가 일선에서 후퇴하고 이한동체제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

중부권 맹주로 자처하는 이 총재 카드가 최선의 대안이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당권을 잡게 될 경우 중부정권 창출론을 주창, 충청권 이미지 탈피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부에서 총선 참패에 따른 지도부의 책임을 거세게 요구하면 이 총재 체제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게 당 내부의 대체적인 견해다.

당 일각에선 과반수 확보에 실패한 민주당이 "흡수 압력"을 요구할 경우 과거 공동정권의 한 축을 형성했던 김 명예총재가 이를 물리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또 충청권에서 "민주당벨트" 구축에 성공한 이인제 선대위원장이 대선 주자로 본격 나서면 자민련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자민련은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를 오가며 사안별로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진로를 결정해야 되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며 "당이 흡수통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비관론을 전개했다.

김형배 기자 khb@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