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오빠,검찰에 아는 사람 없어요?

아무래도 그냥 두면 구속돼 고생할 것 같아요"

이혜정이 진성구에게 간절하게 말했다.

"글쎄,누구한테 얘기해보나..."

"권혁배 의원한테 전화해보면 어때요?"

이혜정이 말했다.

권혁배 의원의 선거구에 대해실업이 공장을 짓고 현재 대해실업과는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에 있으나 이혜정의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권혁배 의원도 운동권 학생 출신으로 대학에서 학생회장을 했잖아요.

명희 동생 처지를 이해할 거예요"

이혜정이 애원하듯 말했다.

진성구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으나 이혜정의 애원에 가까운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면회실 밖으로 나온 진성구는 사람이 없는 비상구 쪽으로 가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권혁배 의원의 자택으로 전화해 부인으로부터 모빌폰 번호를 알아냈다.

모빌폰으로 전화해 그의 운전기사와 통화한 후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의 일식당에 있는 권혁배 의원과 연락이 닿았다.

"여보세요"

권혁배의 저음이 꽤 취해 있음을 나타냈고 방안의 소음으로 주연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진성구입니다.

이렇게 밤늦게 전화로 실례해서 미안합니다.

급히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요"

"무슨 부탁입니까?

제가 할 일은 다 해야지요.

저는 진씨집 머슴 아닙니까.

허 허 허..."

권혁배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소음 속에서 들려왔다.

진성구는 능글맞은 그의 표정이 머릿속에서 그려지자 당장 전화를 끊고 싶었다.

"제가 아는 대학생이 데모를 했다고 서울 시경에 붙잡혀 있는데요.

어떻게 손을 써보실 수 없나 해서...

단순히 데모했다는 것 외에 큰 죄는 없습니다"

권 의원이 생각에 빠진 듯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학생이름을 알려주십시오.

제가 서울 지검 공안 부장에게 부탁해보겠습니다.

아,참 그 학생과 진형 관계는 어떻게 되지요?"

권혁배가 물어왔다.

"학생이름은 김명훈이고 저하고의 관계는...제가 제작하는 뮤지컬에 출연중인 여배우의 동생입니다"

"여배우 이름이 뭐지요?"

"...김명희라고 합니다"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10분 후 저한테 다시 전화 주십시오"

"그렇게 하지요"

담배를 피우며 10분을 기다린 진성구는 다시 권혁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권혁배는 서울지검 공안부장이 서울 시경의 담당형사와 통화를 했다며 곧 풀려날 거라고 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폐를 끼쳐서 어떻게 보답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진성구는 예의를 차리며 권 의원이 또다시 진씨 가문 머슴 이라는 말을 그 진절머리나는 너털웃음 속에 하리라 생각했다.

"저야 뭐 진씨 가문 머슴 아닙니까?

진씨 집 어려운 일이면 제 일처럼 나서야지요"

아니나다를까 권 의원이 너털웃음 속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