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한 기업으로부터 직원들의 중간정산 퇴직금 운용에 대한 자문 요청을 받았다.

순간 나는 머리끝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회사도 아니고 정보의 최전선에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돈도 그냥 돈이 아니라 퇴직금이라고...

정보가 많을수록, 절박한 돈일수록 더욱 가혹하게 대접하는 고약한 곳이 여기 주식 시장인데...

나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다음과 같이 긴급 클리닉을 해주었다.

빤히 내다 보이는 사고를 사전 예방하는 차원에서였다.

첫째 직업의 속성상 어렵긴 하겠지만 들려오는 모든 정보로부터 귀를 막아야 한다.

주가라는 것이 오른다 내린다 눈감고 찍어도 확률 50%는 일단 보장되는 듯 보인다.

여기에 남보다 한 발 먼저 정보를 접한다면 훨씬 높은 확률로 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천만의 말씀이다.

과거를 돌아 보라.

수백만 명의 투자자들이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천문학적 숫자의 손실을 보지 않았는가.

최근에는 인터넷이다 뭐다 해서 초스피드로 정보를 얻지만 깨지긴 역시 마찬가지다.

온갖 사이트를 헤집고 다니며 열심히 주워 들어도 많이 알수록 대개 더 많이 망가진다.

정보가 해답이 아니라는 말이다.

발상의 전환 및 올바른 투자습관이 전제되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 정보는 큰 의미가 없다.

그래서 투자 클리닉이라는 별 희한한 것까지 생겼다.

둘째 퇴직금은 대부분 경우에 최후의 보루다.

도저히 잃어서는 안 되는 돈이기에 더더욱 잃을 공산이 크다.

그런데 왜 그럴까.

벌어 보겠다고 그렇게들 애를 쓰는데 왜 결국은 깨지는 것일까.

아이러니컬하게도 바로 벌겠다는 그 집념 때문이다.

꼭 벌겠다는 욕구는 두 가지 습관으로 나타난다.

우선 주식을 사서 이익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조급증을 낸다.

그래서 느닷없이 날아든 이 행복이 행여 달아날까 안달하다가 조금만 출렁거려도 금방 팔아 치운다.

반대로 손실이 나기 시작하면 무작정 기다린다.

"이 돈이 어떤 돈인데. 설마 기다리면 곧 본전 오겠지"하며 말이다.

손익에 대한 이렇듯 "지극히 인간적인 심리" 때문에 대부분 망하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인간적인 것을 용서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중간정산 받은 퇴직금으로 사이버 거래를 계획하고 계신 분들께 드리는 충고 한 마디.

몇 달 전 사이버로 주식 매매 하시는 분 5백명이 모인 세미나에서 이런 비유를 한 적이 있다.

"주식투자는 마치 비행기에서 낙하산 타고 뛰어 내리는 것과 같다.

돈이 슬슬 녹다가 결국은 땅바닥에 떨어진다.

길게 하면 깡통 찬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이버 거래는 큰 돌멩이 하나를 짊어지고 낙하산 없이 그냥 뛰어 내리는 것과 같다.

다 까먹는 것은 한가진데 훨씬 더 빨리 까먹는다는 말이다"

인간은 주식을 하면 잃을 수밖에 없는 심리를 타고났다.

조물주가 원래 그렇게 지었다.

자주 쳐다볼수록,더 많이 안달할수록 "돈 잃는 심리"는 더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직장에 사이버 연결을 해놓은 것은 마치 책상 위에 슬롯머신 한 대를 올려 놓은 것과 같다.

오며 가며,일하다 말다,한 번씩 장난으로,용돈 좀 벌어 보려고.

그렇게 한 발 한 발 깊숙이 발을 빠뜨리다가 결국은 붉으락푸르락 큰 싸움이 된다.

주식은 그렇게 순간순간 재치를 발휘해서 돈을 버는 게임이 아니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연구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올바른 습관이 몸에 배기 전에는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된다.

정보,퇴직금,그리고 사이버 매매.

최악의 콤비네이션이다.

정말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 김지민 한경머니자문위원 현대증권투자클리닉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