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사상으로 여러 교리를 통합,불교의 대중화 운동에 나섰던 신라 원효의 사상을 재조명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21~22일 서울 프레스센터와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국내외의 불교학자와 개신교 목사 등이 참석해 21세기 대안사상으로 주목받고 있는 원효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원효사상의 화두"를 발표한 박성배 미국 뉴욕주립대 한국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거의 모든 원효 서적들은 한결같이 천재주의와 영웅주의,신비주의에 입각해 쓰여졌다"면서 "이처럼 원효를 영웅화한 것이 원효 이후에 다시 원효가 없도록 만든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체 중생의 보살핌"이야말로 원효사상의 화두라고 전제한 뒤 "남북분단,지역갈등,빈부격차,전통사상과 외래사상간의 괴리현상 등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원효의 가르침대로 위선을 걷어버리고 중생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진홍 두레교회 목사는 "기독교에서도 큰 교회를 이뤄 유명하게 되려는 목사만 눈에 띄고 예수가 살았던 삶을 따르려는 목사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박 교수의 주장에 동감했다.

김 목사는 "21세기 한반도에는 고승불교가 아닌 "부처님 불교"가 되살아나고 기독교가 아닌 "예수 기독교"가 부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도법 실상사 주지는 "부처님도 원효도 "주의"라는 울타리에 가둬 놓으려고 할 경우 역시 세속화의 늪에 빠지게 됨을 직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부처님의 세계관과 철학을 현실에 맞게 재구성하고 이를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7세기 동아시아에서의 원효의 위치"를 발표한 가마타 시게오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는 "원효사상은 신라와 한반도를 초월해 당시 전 세계를 의미하는 동아시아 세계에서도 통하는 사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원효사상의 현대적 의미를 재해석하면 세계평화의 사상적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