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터넷 여론조사의 한계 .. 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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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산업과 세계가 "빛의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여론조사의 미래도 인터넷에 달려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조사는 전화를 통한 여론조사방식 보다 훨씬 빠르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터넷 여론조사가 전화 여론조사 방식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의 인터넷 여론조사를 진정한 의미의 여론조사라고 할 수 있을까.
대답부터 하자면 "아직은 아니다".
인터넷으로 전세계에서 10만명이 참여한 여론조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아직 별다른 의미가 없다.
현재 지구상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가 2억명을 넘어섰지만 우리나라의 인터넷 보급률은 아직 25%정도에 불과하다.
가장 보급률이 높다는 미국에서도 40%에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해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은 전화의 보급률이 낮았던 1960년대에 전화로 여론조사를 해서 얻은 결과를 "여론" 이라고 믿는 것과 비슷하다.
인터넷 여론조사가 아직은 진정한 의미의 여론조사가 아니라고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조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무작위로 추출된 표본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터넷을 통한 여론조사는 신문이나 잡지의 귀퉁이를 잘라서 의견을 써넣는 설문조사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다.
응답자들은 자신이 원해서 스스로 설문조사에 참여한다.
설문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과학적인 표본추출 방법에 의해 대상자를 선정하지 않는다.
대신 응답자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인터넷 여론조사의 결과는 네티즌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인터넷을 통한 여론조사의 결과는 그 여론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의견일 뿐 네티즌 또는 국민의 여론으로 확대 해석할 수가 없다.
그 결과는 단지 마우스를 클릭해서 인터넷 여론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의견만을 반영하는 데 불과하다.
두번째 이유는 인터넷 여론조사의 결과가 특정 계층을 중심으로 편향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계층은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젊고 학력도 높다.
성별로 볼 때는 남성 편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남녀구성비가 7 대 3 정도였다.
ARS조사에 열성팬들이 참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여론조사에는 열성파들이 집중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특정한 항목에 계속 클릭을 해서 퍼센트를 높이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이트는 한 자리에서 연속적으로 같은 항목에 클릭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의식해서인지 투표는 "하루에 한번만" 이라는 안내문을 붙여놓은 사이트도 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한 사람이 여러번 클릭하는 것을 방지하지 못하고 이런 식으로 권유만 한다는 것은 인터넷 여론조사가 극히 비과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고안된 소프트웨어는 많이 나와 있다.
EZ서베이( EZSurvey ) 서베이솔루션스( Survey Solutions ) 웹서베이어( WebSurveyor ) 마켓사이트( MarketSight ) 줌랭( Zoomerang ) 등 기능도 다양하고 가격도 다양하다.
이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자동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표와 그래프로 보여주기도 하고 통계처리를 하는 방법까지 아주 쉽게 나와 있다.
여론조사에서 많이 쓰이는 문항을 2백개 정도 미리 실어놓은 프로그램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정교하게 제작된 소프트웨어가 인터넷 여론조사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비과학적 조사,편향된 표본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인터넷 여론조사의 테크닉은 고도로 발달했지만 기본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인터넷 보급률이 현재 전화 보급률만큼 높아지고 표본도 과학적인 방법에 의해서 무작위로 추출되기 전에는 정교한 소프트웨어를 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아직까지 인터넷 여론조사의 결과는 그저 재미로나 볼 일이다.
인터넷 여론조사의 결과는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고 네티즌 전체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신문이나 방송에서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를 과학적인 여론조사 결과에 비교해서 나란히 싣는 보도방식은 곤란하다.
그런 방식은 인터넷 여론조사의 결과에 오도된 정당성을 부여할 뿐 아니라 과학적인 여론조사의 의미까지 흐리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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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약력
=<>연세대 영문과 졸업
<>미국 미시간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이런 현실에서 여론조사의 미래도 인터넷에 달려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조사는 전화를 통한 여론조사방식 보다 훨씬 빠르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터넷 여론조사가 전화 여론조사 방식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의 인터넷 여론조사를 진정한 의미의 여론조사라고 할 수 있을까.
대답부터 하자면 "아직은 아니다".
인터넷으로 전세계에서 10만명이 참여한 여론조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아직 별다른 의미가 없다.
현재 지구상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가 2억명을 넘어섰지만 우리나라의 인터넷 보급률은 아직 25%정도에 불과하다.
가장 보급률이 높다는 미국에서도 40%에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해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은 전화의 보급률이 낮았던 1960년대에 전화로 여론조사를 해서 얻은 결과를 "여론" 이라고 믿는 것과 비슷하다.
인터넷 여론조사가 아직은 진정한 의미의 여론조사가 아니라고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조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무작위로 추출된 표본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터넷을 통한 여론조사는 신문이나 잡지의 귀퉁이를 잘라서 의견을 써넣는 설문조사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다.
응답자들은 자신이 원해서 스스로 설문조사에 참여한다.
설문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과학적인 표본추출 방법에 의해 대상자를 선정하지 않는다.
대신 응답자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인터넷 여론조사의 결과는 네티즌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인터넷을 통한 여론조사의 결과는 그 여론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의견일 뿐 네티즌 또는 국민의 여론으로 확대 해석할 수가 없다.
그 결과는 단지 마우스를 클릭해서 인터넷 여론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의견만을 반영하는 데 불과하다.
두번째 이유는 인터넷 여론조사의 결과가 특정 계층을 중심으로 편향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계층은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젊고 학력도 높다.
성별로 볼 때는 남성 편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남녀구성비가 7 대 3 정도였다.
ARS조사에 열성팬들이 참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여론조사에는 열성파들이 집중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특정한 항목에 계속 클릭을 해서 퍼센트를 높이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이트는 한 자리에서 연속적으로 같은 항목에 클릭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의식해서인지 투표는 "하루에 한번만" 이라는 안내문을 붙여놓은 사이트도 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한 사람이 여러번 클릭하는 것을 방지하지 못하고 이런 식으로 권유만 한다는 것은 인터넷 여론조사가 극히 비과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고안된 소프트웨어는 많이 나와 있다.
EZ서베이( EZSurvey ) 서베이솔루션스( Survey Solutions ) 웹서베이어( WebSurveyor ) 마켓사이트( MarketSight ) 줌랭( Zoomerang ) 등 기능도 다양하고 가격도 다양하다.
이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자동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표와 그래프로 보여주기도 하고 통계처리를 하는 방법까지 아주 쉽게 나와 있다.
여론조사에서 많이 쓰이는 문항을 2백개 정도 미리 실어놓은 프로그램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정교하게 제작된 소프트웨어가 인터넷 여론조사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비과학적 조사,편향된 표본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인터넷 여론조사의 테크닉은 고도로 발달했지만 기본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인터넷 보급률이 현재 전화 보급률만큼 높아지고 표본도 과학적인 방법에 의해서 무작위로 추출되기 전에는 정교한 소프트웨어를 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아직까지 인터넷 여론조사의 결과는 그저 재미로나 볼 일이다.
인터넷 여론조사의 결과는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고 네티즌 전체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신문이나 방송에서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를 과학적인 여론조사 결과에 비교해서 나란히 싣는 보도방식은 곤란하다.
그런 방식은 인터넷 여론조사의 결과에 오도된 정당성을 부여할 뿐 아니라 과학적인 여론조사의 의미까지 흐리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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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약력
=<>연세대 영문과 졸업
<>미국 미시간대 커뮤니케이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