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설사들의 주총장에선 고성이 오가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액면가를 밑도는 주가에 항의하는 주주들과 이를 무마하려는 경영진간 공방이 뜨겁다.

이런 광경을 볼 때마다 건설업계 사람들은 억울함이 앞선다고 말한다.

건설경기 불황속에서 악전고투하며 많은 이익을 냈지만 투자자들이 너무 몰라준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사장은 "적정주가는 4만원인데 4천원대에서 꼼짝도 않는다"며 볼멘소리다.

사업목적에 건설업을 추가하기만 해도 상한가로 치솟던 70년대를 경험한 건설업계로선 참으로 견디기 힘든 요즈음이다.

어쨌거나 건설회사들은 주가를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IR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임직원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자사주 매입운동을 벌이거나 인터넷사업 진출을 결의하는 업체도 있다.

전문가들도 건설주가 저평가됐다는데 대체로 동의한다.

시장의 관심이 온통 인테넷관련주에 쏠려 있어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왜곡된 시장구조를 탓하기에 앞서 건설업계가 투자자들의 무관심을 자초하지는 않았는지 냉정히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동아건설 고병우 회장의 경험은 건설사 주가가 바닥을 헤매는 이유를 짐작케 해준다.

그가 워크아웃 1호기업인 동아건설에 98년 회장으로 부임할 당시 부채비율은 3백73%였다.

"보유자산을 정리하면 부채비율을 2백%로 낮추고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는 채권단의 회장직 권유를 수락했다.

그러나 98년 결산에서 1조3천억원,99년에 다시 1조4천억원 등 무려 2조7천억원의 숨겨진 부실이 발견됐다.

자산가치가 터무니없이 부풀려져 부채비율 1천8백%의 회사가 3백73%로 포장돼 있었던 것이다.

"1조8천억원 정도의 채권단 출자전환을 앞두고 있어 이젠 한숨 돌릴만 하지만 당시엔 앞이 깜깜했다"는 게 고 회장의 고백이다.

한때 우량기업으로 꼽혔던 동아건설이 이런 만큼 다른 건설사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건설사들은 투자자들의 무관심을 불평하기에 앞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이는 단순히 주가를 회복시키는 차원이 아니라 21세기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백광엽 건설부동산부 기자 kecorep@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