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과 조흥은행이 1년만기 정기예금 기준금리등 수신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내렸다고 한다.

시중은행의 수신금리 인상경쟁이 불러올 부작용을 우려해온 터이지만, 우리는 두 은행의 수신금리 인하결정을 지켜보면서 잘됐다는
느낌보다는 솔직히 말해 씁쓸한 감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두 은행의 수신금리 인하는 "예금금리를 올려 수신고를 늘려서 생존하려는 은행경영진은 없어져야 한다"는 이헌재 재경장관의 발언으로 사실상 예견돼온 일이다.

이번 주에는 다른 은행에서도 수신금리를 내릴 것이 확실하다고 해도 크게 잘못된 짐작은 아마도 아닐 것이다.

우리가 두 은행의 수신금리 인하결정을 보면서 착잡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이번 사례가 또 한차례 우리 금융현실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면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다투어 수신금리인상에 나섰던 까닭은 간단하다.

수신고를 높여 몸집을 키워야 2단계 은행구조조정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러 은행에서 LIBOR(런던은행간 금리)에 5%포인트를 얹어주는 조건으로 발행하고 있는 외화표시 후순위채권이 엄청난 역마진을
발생시키는 터무니없는 짓이고, 그렇지 않아도 엄청난 결손을 내고
있으면서 수신금리 인상경쟁을 벌여온 것도 마찬가지로 우려할
성질의 것이라는 점은 누가 보더라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수익성악화를 도외시한채 무모한 경쟁이 가열됐던 까닭을,
그래야 살아남는다는 판단때문이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불가피한 2단계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위기의식에 사로잡혀있다는 점은 이해하는 바이지만 결코 건전한 판단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 장관의 은행경영진에 대한 경고는 불가피했던
일면이 있다.

그러나 듣기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고압적이고 특히 주총시즌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느낌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이 장관의 표현은 문제가 없지않다.

수신고를 늘려 몸집을 키우는게 합당한 생존전략이 될수 없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분명히하는 선에서 그쳐야했다.

그렇지 않아도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와 논란이 끊어질수 없는 현실을 생각했다면 더욱 그렇다.

어쨌든 시중은행들이 수신금리인상에서 다투어 인하쪽으로 돌아서고 있는 모습은 우리 금융의 문제점을 다시한번 일깨워준다.

몸집을 키워야 산다는 잘못된 대마불사 인식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은행, 그리고 관과 은행관계등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은행이 자율성있는 상업금융기관으로 제자리를 찾기는 정말 아직도
요원하기만 한게 현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