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채 문제가 이번 총선의 경제분야 최대쟁점으로 떠올랐다.

야당에서 잠재부채를 포함한 부채규모가 400조원이 넘는다고 주장한데 대해 여당에서는 보증채무 90조원을 포함하더라도 202조원 수준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설령 여당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현정부 출범후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국가부채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공식부채만(중앙정부+지방정부 부채) 현정부 출범전인 97년말 66조원에서 2년만에 1백8조1천억원으로 급증했고 금년말까지는 13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현정부 출범 3년만에 정부수립이후 지난 50여년간 쌓인 것과 맞먹는 규모의 빚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여기다가 공식통계로는 정부 빚이 아니라고 하나 정부가 보증을 선 구조조정채권(20조5천억원),예금보험기금 채권(43조5천억원)중 상당부분은 정부가 대신 물어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금회수율이 40%에도 미달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뇌관''은 뭐니뭐니해도 연금부문이다.

공무원 연금재정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 금년부터 지원이 시작된 상태이고 국민연금은 잠재부실이 180조원에 이른다는 보고서가 있을 정도로 구조적인 부실요인을 안고 있다.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추가 공적자금 투입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되다보니 야당은 물론 일반국민들도 빚 걱정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빚이 늘었으나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식통계상 국가 빚은 국민총생산(GDP)대비 23%에 불과해 선진국 보다 낮은 수준이고 늦어도 2004년부터는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 있어 빚을 갚아 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여당의 설명에 논리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일반인들의 인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보증채무와 잠재부채가 빚이 아니라고 주장하기에 앞서 연금재정을 개혁하고 보증채무를 정부가 대신 물어줄 필요가 없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재정건전화 의지도 의심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제출한 재정건전화법이 여당의 반대로 무산된데 이어 재정부담이 초래될 공약을 줄줄이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돼 세금이 더 걷히자 빚을 덜낼 생각은 않고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지출을 늘릴 궁리를 하고 있다.

지난 99년에 두번의 추경편성을 통해 5조5천억원의 지출을 늘린데 이어 금년에도 총선이 끝난 후 99년 세계잉여금을 활용한 추경을 전제로 지출을 늘리고 있는 징후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외환위기 극복과정을 보면 재정부실 문제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자명해진다.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그동안 건전하게 유지돼 왔던 재정부문에서 빚을 낼 여력이 있어 위기극복이 가능했다.

그러나 재정부실을 방치할 경우 만일의 위기발생시에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남미나 러시아와 같이 재정부실로 제2의 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다.

현정부의 위기극복 성과가 "빚내서 한" 것으로 평가절하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건전재정의 조기회복은 필수적이다.

최경환 논설.전문위원 kghwchoi@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