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가수는 케케묵은 페티 페이지 노래를 엿가락처럼 늘려 목청껏 불러젖히더니,황무석의 박수 소리가 커지자 이제는 자신에 찬 모습으로 My Way 를 부르기 시작했다.

여가수가 부르는 My Way 는 그런대로 색다른 감흥을 가지고 왔다.

여가수의 연주가 끝나고 잠시 조용해지자 진성호는 황무석의 마음을 떠볼 단계가 되었다고 결정했다.

"혹시 주가조작 정보가 밖으로 새어나갈 만한 포인트가 있습니까?"

진성호가 물었다.

"우리 사내에서는 회장님과 저하고밖에 모르니 전혀 없습니다.

D그룹에서도 그런 정보가 새나가면 자신들이 불이익을 당하니 철저히 했을 겁니다.

D그룹 부사장이 저와 오래된 지기인데 아주 철저한 사람입니다"

"그런데...그 정보가 어떻게 아내 귀에 들어갔지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진성호가 황무석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이정숙 교수님 귀에요?"

황무석이 깜짝 놀라했다.

"교수님 호칭은 이제 집어치우세요.

그 망할년이 나한테 협박을 했어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냥 홧김에 어림잡아 한 얘기겠지요"

"그렇지 않아요.

아주 심각해요"

"그럼 결국 헤어지기로 했습니까?"

"아직...아직...결정된 건 아니지만...

왜 무슨 소문이 있어요?"

진성호가 짐짓 모르는 체 물었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허튼 소문이겠지요. 뭐..."

"무슨 소문인데요?"

"그냥 입방아찧기 좋아하는 참새들이 하는 얘기로... 별것 아닙니다"

황무석이 아내의 행실에 대한 나쁜 소문을 자신에게 가르쳐주려는 의도를 알아챘다.

그런 점으로 보아 아내가 황무석을 통해 정보를 얻었으리라는 우려는 기우인 듯했다.

황무석이 이마에 깊은 주름을 잡으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

화장실에 들어간 황무석은 세면대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계속 손을 씻었다.

보통문제가 아니었다.

주가조작 사실이 탄로나면 자신이 직접 관련하였으므로 영창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대해실업의 주가 상승을 조작하는 지난 1년 동안 돈이란 돈은 다 끌어다 대해실업 주를 사놓았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않게 지금부터 6개월 간에 걸쳐 서서히 처분할 예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1년 동안 두 배 반 장사는 될 듯했었다.

소유한 부동산을 팔거나 묻혀 있던 돈을 끌어내 자신이 동원할 수 있었던 10여억 원의 현금 외에 주위 아는 사람들로부터 24퍼센트의 고리이자를 주고 빌려 투자한 액수도 자그마치 10여억 원에 달했다.

주가조작 사실이 드러나면 영창행은 말할 것도 없고 투자 차액의 몇 배를 벌금으로 물어야 할 테니 빚쟁이 신세를 면할 수도 없게 되어 있었다.

진성호의 말이 귀에 다시 울려퍼졌다.

"그 정보가 어떻게 아내 귀에 들어갔지요?

그 망할년이 나한테 협박을 했어요"라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