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아라비아 베트남 상인들이 드나들며 무역활동을 벌이던 국제항이자
해상세력출신인 태조 왕건의 심장부였다.
고증을 통해 사실감 넘치는 대하드라마를 보여주겠다는 KBS "태조왕건"(4월
1일 방영)의 제작진들은 이 벽란도 포구를 재현해 내는데 큰 고역을 치뤘다.
서해바다와 낙조를 연출할 장소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기때문이다.
지난 6일 공개된 태조왕건의 제천세트장은 제작진의 이런 고민을 단숨에
해결해줬다.
충북 제천시가 제공한 충주호 상류의 1만2천여평의 대지위에 고려관아 민가
망루 등 20여채의 건물이 들어섰다.
겨울 강바람에 출렁이는 수면과 드넓은 충주호 저편으로 지는 석양은
서해바다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날 세트장과 함게 고려선박도 첫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 31m, 폭 8m의 70톤급 선박으로 최대 3백명까지 승선이 가능한 대형목선
이었다.
요즘 선박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1천5백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로서는 초대형급.
이 목선은 극중 왕건의 아버지 왕륭의 상선으로 쓰이다 왕건의 군함으로
변신한다.
고증대로 건조할 경우 1억5천만원 가량이 들지만 경비절감을 위해 경북 포항
에서 고기잡이로 쓰이던 배를 5백50만원에 사들여 개조했다.
김종선 PD는 "15세기경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찾아나설때 탔던 배와 맞먹는
규모"라면서 "당시 왕건이 백제의 해양활동과 장보고의 청해진 시대를 이어
받은 해상세력출신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고증에 따라 실제 크기대로 재현
했다"고 말했다.
< 김형호 기자 chs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