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산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이 좀 더 지속된다면 연초에
세웠던 수출 목표를 전면 수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국내 최대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 수출부서 관계자는 "연초 올해 환율을
달러당 1천2백원으로 예상하고 올해 수출목표(92만대)를 세웠는데 최근
환율하락으로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게다가 유가와 금리상승까지 겹쳐 부품업체들로부터 부품 가격 인상 압력
까지 받고 있다.

유화, 전자, 철강, 조선 등 주요 업종이 거의 비슷하다.

유화업종은 유가 상승이 큰 타격이다.

삼성종합석유화학의 한 관계자는 "유가상승으로 관련 원재료 가격이 무더기
로 올라 큰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제품 원가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나프타가격은 t당 3백10달러로 연초의
2백30달러보다 40%정도 상승했다.

나프타 가격이 3백달러를 넘는 것은 거의 10년만이다.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이후 제품가격이 꾸준히 올라 올 경기를 낙관했으나
유가상승으로 매출 순이익 등 올해 사업계획을 수정해야할 형편이다.

삼성전자도 이달초 기흥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김영호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환율상승으로 인한 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자산업진흥회 이우종 상무는 "제품종류별로 차이가 있으나 환율이
1천1백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업체들이 심각한 어려움에 빠질 것으로 최근
설문조사 결과 드러났다"고 말했다.

종합상사들은 사내선물환 시스템 등을 통해 환리스크를 헤지하고 있지만
중소업체들은 출혈수출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14일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5단체는 외평채 발행규모를 늘려 달러의
초과공급을 흡수하는 등의 환율안정 정책을 정부에 요청했다.

고유가 타격도 극심하다.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원유가격이 10% 오르면 생산비용은 평균 0.37% 상승
한다.

업계는 올들어 국제유가가 18%정도 올라 벌써 0.5%의 원가상승요인을 안게
됐다고 설명한다.

노사문제도 기업들을 압박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경영자총협회의 가이드라인(5.4%)이상 임금을 인상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반면 근로자들은 경기회복으로 지난해 동결 또는 삭감됐던 임금을 올해
모두 보상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제시한 13.2-15.2%정도 올려야 한다고 주장, 협상
에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경총의 이동응 부장은 "이익을 많이 내지 못한 기업이 단지 동종업계라는
이유로 이익을 많이 낸 기업의 임금인상수준을 요구하는게 큰 문제"라며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 박주병 기자 jbpark@ked.co.kr 이심기 기자 sg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