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립 (하) ]

하루는 고교동창이 공이 잘 안맞는다고 해 레슨도 해줄 겸 해서 연습장에서
만났다.

구력이 20년이 넘는 친구라 스윙도 어느정도 하는 편이었는데, 눈에 띄게
그립을 꽉 잡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고무그립이 다 말라 거의 플라스틱처럼 반들반들하고
딱딱하게 되어 있었다.

왜 그립을 교체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그는 "같은 그립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당장 그를 데리고 골프용구점에 가 다른 브랜드의 그립으로 바꿔주었더니
스윙도 좋아지고, 새 골프클럽을 사용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미국의 경우 프로들은 연습량도 많지만 대개 3~4개월마다 그립을 바꾼다.

그립재질이 닳은 것도 이유지만 계절의 바뀜(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오는
재질의 촉촉함(밀착감)이 증발하기 때문이다.

또 핑 클럽이라고 꼭 핑 로고가 들어있는 그립을 끼우는 법이 없다.

자기가 가장 선호하는 그립을 사용한다.

그립은 모양과 재질이 수십가지에서 많은 선택의 여지가 있다.

어떤것을 선택하든지 그립은 골퍼가 안정되고 견고하게 잡을 수 있으면
된다.

또한 어떠한 날씨에도 손에서 미끄러지거나 헛도는 일이 없어야 하며,
손과 그립 사이가 잘 밀착하여야 한다.

땀이나 물기로 인하여 생기는 습기가 스며들지 않아야 하며 표면의 디자인
과 그 재질 자체가 밀착이 잘되는 것이라야 한다.

그립표면의 울퉁불퉁하고 작은 구멍들은 습기로 인한 미끄러짐을 방지하며,
그립을 너무 세게 잡지 않아도 되게끔 해준다.

가죽그립은 표면을 특수처리하여 끈적끈적하게 밀착이 잘되도록 하였으며,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뚫어 땀이나 습기가 배어 들었다가 증발하도록 돼있다.

중세기부터 1900년대초까지 거의 모든 골프클럽의 그립은 가죽재질로
만들어졌다.

10년전까지만해도 종종 사용되던 가죽 그립은 새로운 고무질 그립의
발전으로 거의 자취를 감추고, 요즘은 특수 주문 제작시만 사용되고 있다.

그립은 위는 굵고 아래로 내려오면서 가늘어진다.

중세기에는 골프클럽 제작자들이 일정한 굵기의 그립을 만들어 냈으나,
골퍼들이 그립을 너무 세게 잡게 되고, 팔에 힘이 들어가 골프스윙에 지장을
초래하므로, 윗부분에서 아래로 점차 가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립은 어느 때, 어느 상화에서나 자신감을 심어주고 촉감이 좋아야 하며
손이 아프지 않아야 된다.

그립은 견고하고 올바르게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또 힘을 통제하기 쉬워야 하며, 클럽페이스를 올바르게 맞출수 있어야
한다.

< 전 미PGA 티칭프로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6일자 ).